_ 기쁨이와 장군이
# 별빛
: 별의 반짝이는 빛.
두 딸을 통해 두 번의 삶을 살아갑니다. 기기와 걷기. 한글 익히기와 구구단 외기 등 암묵적으로 정해진 시기마다 서로 비교하게 만드는 생의 경주. 결코 되돌아가고 싶지 않던 입시를 향한 학교 생활을 다시 살아가며 또 한 번의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어른이 되면 달라질 거라 믿었습니다.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내가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공을 향한 치열한 내달림 속에 밀려가는 아이들을 보면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두 딸이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행복이 두 배라는 거지요. 기쁨이와 장군이. 우리 가족에게 첫 선물로 찾아왔기에 더할 수 없는 반가움으로 늘 기쁨 주고 기쁨 받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기쁨이. 건강하기만을 빌고 또 빌었기에 삶의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장군이. 이렇게 내 삶에는 별빛 같은 두 딸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서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어떤 것을 생각하면 웃게 되냐고 말이에요. 그 말을 듣자마자 두 딸들이 떠올랐습니다. 두 팔을 한껏 벌리면 눈부신 웃음으로 환하게 달려오던 꼬마 기쁨이와 장군이. 삶이 고될 때 아이들을 꼭 안으면 허한 가슴이 메워지는 듯했지요. 무서운 치과 치료 중에도 두 꼬마들을 떠올리며 참아내는 겁쟁이 엄마였답니다. 그렇게 품에 쏙 들어오던 큰딸은 168cm가 되었고 막내딸은 173cm로 훌쩍 자랐어요. 아빠를 닮아 키가 큰 두 딸들은 이제 나를 보며 왜 이리 작냐고 놀려댑니다.
꼬마 엄마는 웃음 가득한 딸들의 소중한 순간들을 늘 함께 할 줄 알았나 봅니다. 언젠가 둥지를 떠날 걸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거예요. 엄마 아빠 없이도 제 세상에서 아이들만의 삶이 채워지고 있다는 게 아린 기쁨을 자아냅니다. 대견하면서도 마음에는 바람이 불어요. 아직 물리적 공간은 같이 하고 있지만 방문 안에는 딸들만의 세상이 존재하지요. 세월과 함께 그 세계는 조금씩 커질 테고 덩그러니 남편과 둘만 남게 되는 날이 올 거예요. 막내까지 스무 살이 되고 나니 부모 독립의 마음을 키워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딸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어렴풋이 알게 된 게 있어요. 적당한 물리적 거리두기. 다가올 때 안아주기.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서운함이 스미면 생각하기. '잘 크고 있다는, 잘 자랐다는 고마움'이라고 말이에요. 닮은 취향과 성향으로 바늘과 실이 된 기쁨이와 장군이는 마음이 여려요. 섬세해서 살아가며 받는 상처도 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결핍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특별함임을 깨닫게 될 거예요. 쉽지 않은 삶 속에서 각자의 길을 스스로 겪어내며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 가겠지요. 아직 자신들은 잘 모르겠지만 타인을 향한 공감과 다정함이 훗날 살아감에 그 어떤 것보다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잘 되지 않아도 괜찮고 큰 일 나는 것 하나 없으니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기를. 일상 속 반짝이는 순간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사회적 프레임 속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를. 알 수 없는 삶의 페이지가 허무하게 멈추는 날이 찾아와도 망설임으로 인한 후회 때문에 무거움이 남지 않기를. 채울수록 허해지는 욕심으로 나이와 함께 찌들어가는 사람이 아닌, 타인을 돌아볼 수 있는 참사람으로 살아가기를. 그렇게 살아가다 주저앉고 싶을 때면 조금은 먼 길을 앞서 걷고 있는 내게 와서 쉬어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