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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May 27. 2019

음악이 없는 조용한 카페


조용한 카페를 찾았습니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손님이 없었습니다. 두 남녀가 카페바에 밝은 표정으로 서있었습니다. 음료를 주문하려고 하니 안내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농인이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주문은 아래 태블릿에 필사해주세요.' 저는 메뉴판을 보고 태블릿 위에 '유자 에이드 1'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자 여기서 마시고 가는지 묻습니다. 명확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산을 마친 뒤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 카페에는 음악이 들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잊고 있거나 개의치 않는 모양입니다. 덕분에 저는 커피머신을 닦는 소리, 냉장고 팬이 돌아가는 소리, 잔을 씻는 소리, 두 남녀가 손으로 대화하면서 스치는 소리나 손뼉 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중간에 끼고 싶을 만큼 그들의 대화는 즐거워 보였습니다.


수화는 상대의 눈을 마주쳐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수화는 가장 인간적인 언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때는 수화를 배우려고도 했습니다만 쉽지 않았습니다. 다 마신 컵을 가져다 드리면서, 오른손을 펴고 왼손 등 위에 대고 두 번 두드렸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수화입니다. 그분들도 활짝 웃으며 화답해주었습니다. 저는 이런 순간이 너무 좋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 순간은 머리 위로 잎사귀가 떨어지듯 '툭'하고 떨어집니다. 그때 우리는 커다란 기쁨을 느낍니다. 이런 날들이 종종 내게로 떨어진다면 단조로운 일상도 견뎌낼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이 없는 조용한 카페도 흔쾌히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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