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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햔햔 Feb 10. 2019

한때는 나도 내 발 냄새를 맡을 수 있었지.

그랬었지...




|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느닷없이 건강 걱정이 찾아왔다.

    겨울이 되면서 땀 배출이 쉽지 않았는지 어느 순간부터 발에 땀이 차더니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 어어. 발 냄새나는 사람들,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마시길. 당연히 발에 땀이 난 것을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문제는 냄새가 나는 것은 분명한데 그 강도를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맞다. 지금 나는 내 발 냄새를 맡지 못한다. 코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발끝과 코가 거리를 두고 가까워지려 하지 않는다. 서로 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둘. 멀어졌더라. 예전처럼 허리가 쉬이 굽혀지지도, 다리가 휙! 올라오지도 않는다.


    덕분에 아내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진짜 발 냄새가 나는지, 오늘은 얼마나 심한지를 확인해 달라는 나의 요청(?)때문이다. 회사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이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사무실에만 앉아 있을 땐 신발을 벗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혹시 주변 사람들이 스멀스멀 풍기는 냄새에 불쾌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아무래도 깔끔한 이미지다 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 ;;     _ _  )

    아무튼 지금 나는 내 발 냄새의 강도 평가를 남에게 부탁할 만큼 몸이 굳어 있다. 평소 나름대로 출퇴근 산책도 하고 아이 웨이트 트레이닝(아이들을 순차적으로 들었다 놨다)도 하는데, 역동적인 신체활동이 부족하다 보니 무엇보다 유연성이 많이 떨어진 듯하다. 바닥에 앉아서 아이들과 노는 것도 고되고 걷다가 돌부리에 발이 치이기라도 하면 허리가 뜨끔한다. 몸의 신축성과 유연함은 현저히 떨어졌고 바짝 마른 나뭇가지 마냥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다.


| 이것만 미루면 이룰 잃을 수 있는 것들.


    건강의 소중함을 알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꾸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당장 심하게 불편하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아서 일까? 지금도 장시간 앉아 있느라 허리에 조금씩 무리가 옮을 느끼지만 쉬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만 쓰고라는 핑계로. 조금만 더 하고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앉아있다. 그러고 보니 너무 조급한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책도 좀 읽어야겠고 글도 좀 써야겠고, 이것들을 하려면 회사에서 조금은 더 바쁘게 움직이고 많은 일을 처리해야겠고, 그러다 보니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은 늘어나고 잠깐의 스트레칭과 운동은 뒷전이 된다. "이것만 하고"라는 강력한 주문에 걸려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필요한 인내가 언젠간 나를 잡지 않을까 싶은 걱정을 하면서도 말이다.

    

    발 냄새의 일화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내 몸의 문제는 나만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다. 다행히 냄새를 확인하고 방법을 모색해서 지금은 괜찮아졌으니 아내의 고통은 나름 가치 있는 희생이었다 할 수 있지만. (음식 간이 좀 세진 것 같긴 하다)

    돌이켜보면 몸살이 났을 때, 체했을 때, 대부분의 건강 문제에서 힘들었던 대상은 나만이 아니었다. 회사는 효율이 떨어진 직원을 챙기느라 의료비를 지불했고 아내는 간호를 위해 육아를 독차지했으며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들은 아빠와의 놀이시간을 포기하고 가끔씩 몸 아픔에 나오는 아빠의 짜증을 감내해야 했다.


| 이것만 하고 인생 마무리할 게 아니라면...


    링컨은 나무를 베는데 1시간을 준다면 45분은 도끼날을 갈겠다고 했다는데, 나는 100세 인생을 사는데 하루 몇 분 몸 챙기는 것도 못하고 있다.

    제 발 냄새를 못 맡게 된 몸의 변화를 그저 나이 듦으로, 요즘 좀 무리해서라고 치부해 버리기보단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 생각해보니 애가 넷이다. 넷. 맞다. 못 쓴 거 아니다. 넷이다. 아무튼 '이거슨 증~말로 주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이따'. 그렇다. 이것만 생각해도 내게 있어 건강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늙어서까지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진정이라면, 곱씹으며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데스 레이스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수백 킬로미터를 초인의 힘으로 완주해야 하는, 극한의 경주. 이를 창안한 조 드 세나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위험은 극도로 경계하고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강상의 위험은 등한시한다며 이렿게 경고했다.

 "정작 삶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건강이다. 지금 땀 흘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진짜 '데스 레이스'를 뛰게 될 것이다"

    무섭다. 정말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간간히 경험하기에 더 현실감이 느껴진다. 행복한 삶은 차치하고 인생의 데스 레이스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몸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적어도 자초한 건강문제 때문에 삶이 불행해지진 않게.


    아. 이제 허리 좀 펴야겠다.

    아. 목도.

    아. 팔도.

    으.... 손목이 쑤신 건 타자를 너무 빨리 쳐서겠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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