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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투 Mar 14. 2018

웨딩홀 옆 장례식장



몹시도 추웠던 날,

두 번째 손님을 모시러 갔을 때 손님이 집 앞에 미리 나와 계셨다.


"아유~ 날도 추운데 나와 계셨어요?"

"나와 있어야지요. 전화받고 서두르다 보면 다칠 수도 있어요..."


손님은 시원한 박카스 한병도 건네주셨다.

요양병원으로 병문안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 요양병원은 내가 마트 배송일을 할 때도 몇 번 가보았던 곳.

당시 컵라면을 엄청 많이 주문하곤 했었고, 그때마다 라면 상자를 손수레 높이 쌓아 올려 조심조심 힘들게 날라야 했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배송지.


하지만 라면을 산처럼 주문한 것도 아니고...

박카스까지 준 친절한 손님을 태우고 가는 길은 가벼웠다.


"가끔 주말이면 장례 운구차량과 예식장 오는 관광버스들이 만나요."

"네?"


그러니까 요양병원에 장례식장이 있는데 바로 옆 건물이 예식장이란다.

그렇다 보니 어떤 날엔 장례식과 결혼식이 동시에 치러진다는 것.


"한쪽은 생을 마감하는데 다른 한쪽은 새 출발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병원에 도착해보니 과연 바로 옆에 '웨딩홀 뷔페'라는 간판이 달린 건물이 있었다.

마트 배송할 때도, 지금 콜택시를 운전하면서도 미처 몰랐었다.  


그날은 마침 토요일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한산했지만, 정말 결혼식 하객들과 장례식장 하객들로 북적이는 광경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상주 또는 혼주, 혹은 하객들의 마음은 어떨까.


웨딩카에 오르는 신랑 신부를 보며 상주는 회한에 잠길 수도 있을 것이고,

장례를 치르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한편 홀가분할 수도 있는 상주를 보며 신랑 신부는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냥 지나치던 주변의 풍경 속에 숨어있던 상황이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며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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