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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artist Jul 27. 2017

Part 5. 6 산을 통해 배운 것

 자연에서 삶을 배운다

내 나이 서른 살, 360개월 중 6개월, 긴 인생에 비해 비교적 짧은 6개월의 히말라야 무동력 원정이 끝났다. 십 년 남짓 산을 쫓아다니며, 산과 관련하여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산은 나의 안식처이자 스승이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등산은 '살아있음'과 '성장'으로 가득 찬 활동이라는 거다.


 암벽등반을 수직의 벽을 오른다. 등산은 높은 산을 오른다. 이 활동을 하며 배운 것은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은 수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을 보라. 곧게 뻗은 나무를 보라. 중력의 힘에 대항하여 종(縱)으로 삶을 확장한다. 산에서 생명을 느낀다. 살아 있음은 자유 그 자체이다. 살아 있으므로 해서 자유가 있는 것이다. 나비가 꽃을 찾아 날고,  물고기가 사냥을 위해 물살을 가르고, 새들이 사랑을 찾아 노래한다. 반면 횡(橫)은 죽음을 의미한다. 몇백 년을 살아온 나무도 죽으면 수평으로 쓰러지게 된다. 죽은 생명에게는 자유가 없다. 타의만이 가득하다. 쓰러진 사체에 수천 마리 미생물이 삶을 이어가지만, 죽은 동물의 주체적 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산악활동을 통해서 자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연둣빛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뻗은 갈색 산길, 빨강, 주황, 노랑 낙엽으로 만든 색동저고리로 멋을 낸 가을산 아가씨, 하얀 눈 코트 입은 나무 사이 적막을 깨는 반가운 검은 발자국.  산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같다. 그렇지 않다면 변화무쌍한 작품을 그리는 화백은 아닐까?

바람에도 향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꽃을 감싸 안은 바람만이 향기로운 것이 아니다. 작은 돌에도 큰 바위에도 나무에도 마른 낙엽에도 젖은 흙에도 특유의 냄새가 있다. 우리의 냄새도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갈 것이다. 세상이 조금 더 향기로울 수 있도록 꽃내음 간직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산을 오르면 온몸에 땀이 나고 호흡은 가빠 오지만, 힘든 순간을 이겨내면 땀과 호흡은 자연과의 소통으로 다시 태어난다. 폐를 가득 채운 맑은 공기와 땀을 식히는 바람은 도시 문명 속에 살아온 우리를 과거로 데리고 간다. 수백만 년을 숲 속에서 생활한 인류의 조상이 느꼈을 원초적인 포근함을 선사해준다.

산은 자연의 섭리를 따라 변화한다. 나무를 보자!

나무는 한 개체이지만 하나의 사회이기도 하다. 나이테의 가장 안쪽은 개체의 생명을 탄생시킨 개척자 선배들이, 바깥쪽은 갇태어난 젊은 세대가 공존한다. 동심원 안쪽은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물에 가까워 생명활동을 하지 않지만 사회의 기둥 역할을 한다. 연장자의 죽음이 나무를 수직으로 서있게 하는 것이다.  얇은 껍질 밑 젊은 세대는 물과 에너지를 열심히 끌어올려 나무를 계속해서 살게 한다.

파란 새싹이 검은 고목이 되듯이 우리도 '생로병사'의 과정을 격을 것이다. 나무가 나이테를 얻듯이 인간도 주름을 얻고, 성장의 사명을 더 젊은 세대에 넘겨주고 죽을 것이다. 죽음으로서  이 소우주를 완성할 것이다.


당신은 차별하는가? 차별받는가?

본디 자연은 시비 분별을 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기에 태양도 달도 꽃도 나무도 구분이 없다. 잘생긴 놈, 못난 놈 구별하여 빛을 더 주거나 꿀을 더 내어주지 않는다.  해와 달, 비구름에 희로애락을 투영한 것은 인간이지 자연이 아니다. 자연에 속한 우리가 자연스럽지 못한 개체의 차이를 쫓는 행위를 지양하자.


몸뚱이는 이미 어른이 된 스무 살에도 혹은 나이를 더 먹어서도 '자신을 똑바로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는 가까운 국립공원을 찾아보자. 자연은 누구보다 훌륭한 선생님이다. 도시의 봄, 여름, 가을, 겨울보다 산의 사계절은 더 선명한 색채를 뛴다. 꽃, 나무, 동물이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고,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각각의 길에는 표정이 있다. 히말라야를 누비며 많은 길을 만났고, 모두 자신의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개인도 개성을 드러내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꽃 한 송이, 나뭇잎 한 장도 자신의 색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신 있게 만들어 낸 다양한 색이 어울려 천상의 하모니를 만들 것이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이것을 기억하자. 마음은 언제나 서두르지만 자연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자연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끝이 없다. 사실 서두를 필요는 조금도 없다. 산을 떠난 계곡물이 곧바로 바다에 합류할 수 없는 이치이다. 삶은 언제나 진행되고 있고, 계속해서 진행되어 나간다. 그것은 영원히 계속된다. 그러나 마음에게는 시간이 짧다. 그래서 마음은 시간은 금이라고 말한다. 삶은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삶은 “경험하라!”라고 말한다.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삶은 기다리고 또 기다릴 수 있다. 마음은 기다리지 못한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삶에는 죽음이 없지만 마음에는 죽음이 존재한다.


산을 차분히 관찰한다면 그 순간들이 모여 당신의 철학 책이 될 것이다. 그 책을 자주 꺼내어 읽다 보면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볼 수 있는 번뜩이는 시야를 가질 것이다.

히말라야의 맑은 물과 설산의 신성함을 맛본 나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히말라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마치 알래스카의 차가운 계곡을 찾는 연어 때처럼, 수만 Km를 날아 낙동강을 찾는 겨울 철새처럼.

우주의 흐름 속에, 자연의 질서 속에서 억지로 꾸미지 않고 순리에 맞는 인생을 살고 싶다.

산을 통해서 많을 것을 배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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