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며 마시는 계절 음료 한 잔, 짧은 메모.
자줏빛 자(紫), 복숭아 도(桃). 자두는 말 그대로 자줏빛 복숭아라는 뜻이다. 이름에서부터 달큰한 향이 솔솔 풍겨온다. 순우리말로는 오얏이라고 부르는데, 어쩐지 앙증맞고 정감 있는 이름이다. 자두는 품종마다 수확 시기가 다른데, 그중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대석자두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품종이기도 하다. 땡글한 생김새, 보라빛을 옅게 머금은 붉은색, 얇고 탄력 있는 껍질의 산미, 그리고 황금빛 과육이 품은 달큰한 꽃내음까지— 이 조화로움은 오랜만에 ‘황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자연의 맛이 이토록 선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알면서도 매번 감탄하게 된다. 이런 자두로 만든 퓌레는 맛이 없기가 더 어렵다. 그야말로 거저 얻는 맛이다. 여름 더위 아래에서만 누릴 수 있는, 짧고 호사스러운 기쁨이다.
@사진과 글ㅣ@heyg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