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며 강제소환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나 그 바람을 흉내내볼까해요.
너무 보고싶고
너무 안고싶고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괜찮아질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어.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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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무심코 집어든 시집.
읽는 순간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꽃혔지만
누가 볼까 내 작은 눈 가득한 눈물을 흘러내보내지 않으려
눈 깜빡이기를 거부했던 그 순간.
오늘 다시보기로 본 드라마에서,
그 순간을 다시 되집힐 줄이야.
자기 곁에 있으면 더 힘들수 밖에 없을 거라며
너무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우린 이대로 힘들거 같다고,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시와 함께 전달한 내 진심.
그의 말대로 이후 몇 달동안 우린 더 힘들었고
결국 헤어질 때는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내 존재가 널 행복하게 해줬던 그 시간들이,
너의 웃는 모습이 언제나 내 앞을 가렸던 그 시간들이
가끔,
아주 가끔 생각난다.
나는 그에게 온전한 바람이 되어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 바람이 되어주려고 하는 과정 속에
많이 성장했고
이전보다 더 큰 그릇을 빚게 되었다.
우린 서로에게 방문객이었구나.
엇갈린 길은 돌아보지 않고
다음 방문객을 기다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