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복이 있기를

by 털찐 냥이

매일 길고양이 밥을 준다. 몇 년이 됐다. 조심스럽다. 길고양이 옆에 있으면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다. 가끔 인사를 받는다.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녀석들에게 밥을 주다 보니 산책을 나오는 어느 할머니와 종종 마주칠 때가 있었다.

화려한 패션이 저 멀리서도 눈에 들어왔다. 젊으셨을 때 꽤나 명동을 누비셨을 것 같은 멋짐이 상상이 됐다. 걸어오시는 속도에 맞춰서 인사할 준비를 미리 하곤 했다. 당당함이 매력인 분이었다.

"내가 아까 생선 갔다 줬잖아"

"네~ 애들이 잘 먹었어요"

다행히 주민들이 어린 길고양이들을 싫어하지 않았다. 애들은 잘도 얻어먹고 다녔다.


계절이 세 번 지났을까?

"산책 다녀오세요? 매우 오랜만에 다시 인사를 했다.

"애들 다 어디 갔어?"

"이젠 없어요..."

"왜 없는데? 어디 간 거지? 어디 갔어 그래..."

나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어색하게 마스크 안으로 표정을 숨겼다.

죽음이 그렇게 쉽게 오는 줄 몰랐다. 왔다가 가버렸다. 매일 보면서도 그렇게 많이 아픈지도 몰랐다. 어리석었다.


"요즘도 밥 주는 거야? 좋은 일 한다고 애쓰네 그래서 예쁜가 보네"

"아휴~ 아니에요. 나는 멋쩍음에 손을 휘둘렀다.

"왜~ 얼굴이 뽀얗잖아" 눈곱 묻은 얼굴을 마스크로 가렸는데 그냥 예뻐 보이셨나 보다.


코로나가 극성이던 시기, 마스크에 눈만 동동 떠서 다니던 때에 밥을 주던 어린 길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건강하게 잘 놀던 첫째 녀석이었다. 느 날부터 예전보다 활동량이 적어졌다. 얼마나 아픈지 몰랐다, 도움은 어디에 구해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어린 길고양이 녀석들의 엄마 고양이, 어미라고 부르던 녀석을 전부터 챙겼었는데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다. 정을 주지 않았다. 손이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조금만 손이 가까이 가도 할퀴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숨이 다 넘어가고 마지막 온기가 은 때가 왔었다. 그제야 사람의 손을 거절하지 못해서 축 늘어졌고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몸을 맡겼었다.


어미는 사람에게는 모질게 곁을 주지 않았지만 모성애는 강했다. 새끼들을 적극적으로 챙겼다. 고양이들을 지켜보니 모성애가 없는 녀석들도 있었다. 인정머리 없는 것은 사람이나 고양이나 똑같다. 미는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돌봤지만 젖을 떼더니 매몰차게 독립시켰다. 당황해서 어미 꽁무니만 쫓아다니던 어린 녀석들의 밥을 내가 대신 겨주었다. 린 존재들은 태어나서 첫해, 가을과 겨울을 겪느라 고생을 했다. 한파가 고집 세게 버티다가 겨우 따뜻함이 시작되던 봄에 짧게 햇볕의 따뜻함에 몸을 데우고 결국 흙으로 사라졌다. 용감했던 첫째가 사라지자 철부지 둘째는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하다가 아예 몸을 숨겨버렸다.


멋쟁이 할머니와 마지막 대화를 하고 난 후 한참을 다시 마주치지 못했다. 몇 해 전, 길에서 마주친 친구분에게 "그이가 갔대... 근데 난 장례식 안가 이제"라고 하셨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그때에는 당신 차례가 언제일까 살짝 불안감으로 기다리시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화려한 장신구에 꼼꼼히 색조화장을 하고 스키니 진과 비비드 한 색상의 외투를 입고 아침 산책을 하고 장을 보러 다니셨다. 동네가 쩌렁쩌렁 울리던 그 힘 있는 목소리는 그리 쉽게 저 멀리로 가실 분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시 봄이 오면 산책길에 또 우연히 마주치고 '그 녀석은 어디 갔냐'라고 물어보시겠지. 겨울이 내리막 길로 사라지고 따뜻해지면서 할머니와의 산책길 만남을 기다렸다.


여기까지 써놓은 글을 브런치에 저장해 놓고 몇 해가 지났다. 그런데 다시 뵙지는 못했다.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셨다고 생각다.


요즘에도 가끔' 좋은 일 한다 복 받을 거다'라고 말해주는 분들이 나타난다. 기분이 살짝 몽글몽글해진다. 누군가에게 '당신 복 받을 거예요'라고 말해주는 게 흔하지는 않으니까.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그렇게 따뜻한 말을 해주면 감사하다. 삶을 거의 다 살아낸 존재가 아직 거기까지 한참 가야 하는 존재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해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좋은 일 하네. 복 받을 거야."

복을 빌어주는 응원의 말을 들으면 마음에 차곡차곡 저금해 둔다.

그리고 나도 길 위의 생명들에게 끝까지 살아내라고 응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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