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싫지 않은 이름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좋아 자주 아지트 카페가 있다. 한창 책을 쓸 때는 거의 매일 갈 정도였다. 자주 갈 때는 낮에도 가고, 아기 재워놓고 밤에도 갔다. 그러다 몇 달 동안 뜸했다. 책을 다 쓰기도 했고, 둘째를 임신하게 되어 자주 졸리고 피곤해 카페에 앉아있는 것도 휴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임신 안정기가 되고, 따뜻한 봄이 오기도 하고 해서 꽤 많이 부른 배를 이끌고 오랜만에 단골 카페를 찾았다. 주인장은 오랜만에 온 나를 반기면서 배를 보고 놀랐다.
“오, 혹시!?”
“네, 임신해서 한동안 못 나왔어요.”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결혼하신 지 몰랐어요!”
그러기에 나는
“둘째예요.”
했더니 동그란 눈이 더 휘둥그래진다.
“아, 정말요!!?? 아가씨이신줄 알았는데. 아줌마셨어요? 아줌마이신줄 전혀 몰랐어요.”
순간 이 세상의 여성은 여자와 아줌마, 둘로 나뉜다던 한 남자선배의 농담이 떠올랐다.
전에 가끔 카페 주인이 과일이나 서비스 차를 내어주면 고마움의 표시로 시나 글을 남겨두고 갔는데, 나보고 작가냐 시인이냐 하더니 갑자기 오늘 ‘아줌마셨어요?’라고 묻는 미혼여성의 냄새가 갑자기 물씬 나는 이 주인장.
그러나 아줌마라는 말이 전혀 싫지 않았다.
“후훗. 네 저 아줌마였어요. 애 둘 아줌마예요.”
예전에는 누군가 ‘아줌마’라 부르면 그게 그렇게 싫었는데, 오늘 듣는 ‘아줌마’라는 단어는 왠지 나의 한 부분처럼 편안하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다운 미소를 지으며 나는 아줌마라고 대답했다.
그래. 나는 아줌마다.
아침이면 남편 출근하는 거 보고(아침까지 차려주는 착한 주부는 아니다), 아이 밥 먹여서 9시 반에 어린이집 보내고, 배가 불룩 나와 있는 둘째 품은 아줌마. 이제 곧 아이 둘과 전쟁을 치르는, 한 아이는 들쳐 업고 한 아이는 손잡고 다니는 전형적인 아줌마가 되겠지.
그러나 나는 ‘아가씨’ 때보다 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구분하고, 나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며, 나의 창조성을 찾아 나서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친구삼고, 매일 산책하고, 매일 글을 쓰고, 매일 책을 읽고, 매일 남편과 아이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한 아줌마다.
네, 저 아줌마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