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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Oct 30. 2022

하이브와 압타바이오가 놓친 공시의 기본

공시의 핵심은 ‘신속, 정확’…"신뢰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BTS가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하는 내용을 미리 공시하지 않았다는 논란은 이미 지나간 이슈긴 하죠. 그러나 최근 압타바이오 관련 공시 이슈가 커지면서 다시 한번 기업의 공시란 무엇인가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공시의 한자는 공평할 공(公), 보일 시(示) 입니다. 즉, 공시의 역할은 회사의 중요 정보를 시차 없이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알리는 것입니다. 또 주식시장에서 가격과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알림으로써 공정한 가격 형성을 유도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래소 공시의 경우 기업들은 거래소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그 시간은 최대 10분을 넘지 않는 게 통상적이라고 합니다. 가령 수출계약 건에 관한 공시라면 계약서와 공시 내용을 대조하고, 임상에 관한 내용이라면 임상 데이터와 공시 내용이 맞는지 거래소가 빠르게 확인합니다. 검토 시간이 지체되면 그사이에 정보가 새어 나갈 수도 있고, 거래소 안에서도 정보가 관리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공시의 핵심은 '신속'과 '정확'이고, 특히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이 '시간'의 약속을 어긴 사례가 바로 BTS 활동 잠정 중단 선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6월14일 BTS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팀 활동을 잠시 쉬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방송이 공개된 다음 날인 15일 하이브 주식은 24.87% 하락했습니다. 하이브 매출의 70%를 담당하는 아티스트의 활동 중단 선언은 주가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언론사들은 '잠정 해체'라는 단어 등으로 리스크를 부추겼습니다.



더 논란이 된 것은 멤버 슈가의 발언(이거 나왔을 때쯤엔 백악관도 갔다 왔겠네)을 유추해보건대 해당 유튜브 방송이 최소 2주 전에 녹화됐다는 사실입니다. 하루 만에 주가를 20% 넘게 하락시킬 만큼의 중요한 정보가 굉장히 늦게 공개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해당 방송을 내보내기 직전에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거래소 등 업계에서는 아티스트의 계약 해지나 해체가 아닌 이상 공시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를 만회할 기회는 있었습니다. 유튜브 방송 이후 언론에서 '해체'라는 단어가 쏟아질 때 "활동 중단이나 해체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는 해명공시라도 해야 했습니다. 끝내 하이브는 어떤 이슈에서도 '신속'하지 못했습니다.



압타바이오 공시의 경우 '신속'은 지켰지만 '정확'에 대한 씁쓸한 뒷맛이 남습니다. 최근 압타바이오는 임상2상에 대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공시를 냈고,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습니다. 이후 업계에서는 임상2상 데이터와 관련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해당 이슈에 대해서는 여전히 "임상2상은 사실상 실패인데 회사가 결과를 부풀렸다"는 의혹과 "거짓은 없다"는 회사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시 이후 압타바이오가 보도자료를 통해 임상 2상 결과가 성공적이고, 기술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언급한 점입니다. 압타바이오의 공시는 어려운 용어 때문에 일반투자자가 사실을 파악하긴 어려운데요. 대신 '유효성을 확인했다'든가, '기술수출 청신호'라는 단어가 보이면 투자자들은 쉽게 동요할 수 있겠죠. 공시의 숫자가 '팩트'일 지언정 이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면 해당 공시는 공정하고, 공평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양치기소년은 매번 거짓말로 "늑대가 왔다"라고 마을 사람들을 속이다가 정작 진짜 늑대가 왔을 때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양을 모두 잃었다는 내용입니다. 공시가 그렇습니다. 정말 필요할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다면 공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공정한 가격 형성을 유도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공시에 대한 더 엄격한 잣대와 감시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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