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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Oct 30. 2022

쏘카의 '우리사주' 청약미달은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사주 청약률은 회사가 받아 드는 마지막 성적표

최근 쏘카의 우리사주 청약률이 39%에 그치면서 업계에서는 상장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미미한 성적을 거뒀고요. 우리사주가 무엇이고, 낮은 청약률이 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리사주는 근로자들에게 자사주를 취득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회사 주식을 근로자들에게 나눠주면서 '주주의식' 제고해 근로 의욕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통상 비상장사가 상장을 준비할 때 공모주식의 일정 부분을 '우리사주' 몫으로 두고 직원들로부터 청약을 받습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랑은 조금 다른데요. 이는 회사가 직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일정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현재 주가가 아무리 비싸도 과거에 계약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사주는 공모가(또는 시장가)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사게 합니다. 다만, 매수에 대한 우선권을 주죠. 향후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면 직원들은 돈을 내고 주식을 삽니다. 그리고 주식을 살 때 빚을 내야 한다면 우리사주조합이 계약한 은행 또는 증권금융을 통해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회사의 경우 공모물량의 20%를 우리사주의 몫으로 의무 배정해야 했지만 지금은 우리사주조합이 20% 미만 배정을 희망할 경우 의무배정 예외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우리사주 배정이 의무는 아닙니다.



회사는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시작하기 전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리사주 청약을 받습니다. 배정방식은 자율인데요. 카카오게임즈처럼 모든 직원이 동등한 수량을 배정받도록 균등하게 나눌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직급에 따라 배정 물량에 차등을 둡니다. 대리가 최대 100주를 신청할 수 있다면 부장은 300주까지 신청할 수 있는 식으로요. 만약 여기서 청약 물량이 채워지지 않으면 추가 신청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도 남는 물량은 대개 일반투자자 몫으로 빠집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미달이 없길 바랍니다. 지난해 상장한 모 기업의 경우 청약 추가 신청을 3번씩이나 받았다고 합니다. 일단 우리사주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한다는 건 시장에 "직원들도 회사의 성장성에 자신이 없나 보네?"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사주 청약 결과가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더 나아가 주가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실제로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했던 카카오뱅크, SK바이오사이언스, 하이브 등은 우리사주 청약률이 100%에 가까웠습니다. 또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던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페이는 따상은 못했지만 상장 후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반면 크래프톤, 롯데렌탈 등 우리사주 물량을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던 곳은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증시 부진과 대출 규제가 겹쳐 빚을 내면서 우리사주를 사는 직원이 많지 않아 '완판'은 어렵다고 하지만, 회사의 성장성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는 여전히 우리사주 청약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사주는 매수 후 보호예수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직원들은 더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사주 청약률이 낮다면 회사는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조차 회사의 성장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했으니까요. 또 직원들은 빚을 내서 주식을 사고 1년 간 보호예수가 걸린 상황에서 회사 임원들이 그 전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차익을 버는 것 또한 지양되어야 합니다. 우리사주 청약률은 회사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성적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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