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가 만든 SPC에서 만든 ABCP'에 강원도가 채무보증
우량등급(A1)이었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가 났습니다. 그리고 강원도가 돈을 주지 않아 채권단이 소송을 불사하겠다고도 합니다. 레고랜드 ABCP는 무엇이고, 강원도는 왜 돈을 갚아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강원도 중도개발공사(GJC)는 레고랜드 조성 사업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이원제일차를 만들었고, 2050억원의 ABCP를 발행했습니다. 발행일은 2021년 11월29일, 만기일은 2022년 9월29일이었습니다. 해당 ABCP는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섰습니다. 아이원제일차가 돈을 갚지 못할 상황이 생기면 대신 갚겠다는 약속입니다. 이 덕분에 ABCP는 우량등급인 A1 신용등급을 부여받았습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ABCP를 사 갔습니다.
여기서 잠깐 GJC가 SPC를 세운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보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할 때는 SPC를 세우는 게 일반적입니다. 기존 회사는 재무상태, 고용관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상태의 법인을 세우는 것입니다. 오로지 하나의 사업에만 집중해서 완수하는 것이 목표인 일회성 회사인 셈입니다.
SPC는 일회성 회사이기 때문에 SPC가 발행한 ABCP는 신용등급을 받기 어렵겠죠. 회사의 어떤 이력도 없고, 담보잡을 것도 없고 오로지 '사업목적' 하나만 있으니까요. 신용도가 우수한 신용보강주체의 참여가 거의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GJC가 만든 SPC에서 발행한 ABCP'에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섰습니다. 강원도는 GJC의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ABCP는 SPC의 매출채권,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강원도는 GJC에 대해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부실 경영으로 이자도 낼 여력이 없는 상태가 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강원도가 착각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아마 GJC를 회생신청하면 강원도가 대신 갚기로 했던 채무부담도 완화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회생신청 당시 강원도는 "도가 안고 있는 20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는 게 이번 회생 신청의 목적"이라고 설명했거든요.
하지만 해당 ABCP의 주관사였던 BNK투자증권은 GJC의 회생 절차와는 상관없이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이행해야 한다는 법적 자문을 받아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원도는 "돈을 갚겠다"고 입장을 전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일정을 말해주지 않아 채권단은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채무보증인이 돈을 갚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이자 신용등급을 A1에서 D로 강등했습니다. 연장 불가 조건 중 '신용등급 변경' 사유에 해당해 해당 ABCP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는 결과도 초래했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은 그동안 지자체가 보증을 서 가장 안전하게 평가받던 ABCP에 대해 전수 점검에 나섰다고 합니다.
지차제 산하 공사 대부분은 부채비율이 높고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지자체 보증이 없으면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지자체의 대형 부동산 공사는 보통 지자체의 보증을 받아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으며 진행합니다.
강원도는 이번 레고랜드 사태로 PF 업계에서 신뢰를 잃었습니다. 미국 국채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건 미국이 망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과 그래서 약속된 이자를 무조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국채 대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을 한다면 미국 국채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채권이라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강원도는 하루빨리 현명한 해결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