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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30. 2024

저는 그 유정이 아니라고요

< 라라크루 수요질문 >

 ❓ 라라크루 수요질문(2024/10/30)

이름과 관련된 사연이나 일화가 있나요


2019년, 전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살해하고 펜션 내에서 시신을 훼손한 뒤 시신을 여러 곳에 유기한 사건.

2023년, 자신과 연고도 없는 2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여 유기한 토막살인 사건.

이 잔인하고 끔찍한 두 사건을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두 범죄자의 이름은, 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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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정'을 분석하는 기사와 영상이 넘쳐납니다. 공통점이 많다며 목소리마저 닮았다는 분석뿐 아니라 둘이 달랐다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유정이라는 이름은 둘을 떼어낼 수 없는 강력한 공통분모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일반인들이라고 함께 거론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는 길에 유정 낙지집 봤다?" "유정 여관도 있던데?"처럼 흔하고 정감 가는 이름이라며 아는 체하던 사람들의 반응이 변한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피의자 이름이 유정이던데?" "이번에도 이름이 유정이더라?" "기분 되게 찝찝하겠다."라며 대화의 중심에 '유정'이라는 이름을 올려두었습니다. 분명 저는 끔찍한 사건과 무관한 '유정'이지만 범죄자와 이름이 같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잠재적 범죄자에 살짝 더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나쁜 감정, 나쁜 부모, 나쁜 피드백은 좋은 감정, 좋은 부모, 좋은 피드백보다 영향력이 크고, 나쁜 정보는 좋은 정보보다 더 철저히 가공된다. 자아는 좋은 자기규정을 추구하기보다 나쁜 자기규정을 배척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나쁜 인상과 나쁜 고정관념은 좋은 인상과 좋은 고정관념보다 더 빨리 형성되고, 나쁜 인상이나 나쁜 고정관념이 부정되면 좋은 인상이나 좋은 고정관념이 부정될 때보다 더 강력한 저항이 일어난다." 

책의 내용처럼 이름이 만들어내는 나쁜 인상과 나쁜 고정관념이 꽤 신경 쓰입니다. '유정'이라는 이름이 뿔이 되어 저의 나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들과 다릅니다. 집착이나 강박 같은 정신적 문제가 없으며 누군가를 살해하고 싶은 욕망을 느껴본 적도 없습니다. '복수', '살인' 같은 단어를 검색하지도 않으며 제 불행의 이유를 타인이나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저에게서 찾으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오히려 그게 저를 더 힘들게 할 때가 많지요."라고 떠드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눈빛 한 번, 냉정하면서도 날카로운 말 한마디, 장난이라며 툭 친 묵직한 한방은 구구절절한 해명보다 힘이 셉니다. 


제가 저를 증명하는 최고의 방법은 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묵묵히 '유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겁니다. 누구나 '유정'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게, 어떤 끔찍한 범죄자가 또 나타나 이름을 더럽히려는 시도를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말입니다. 


전국의 모든 '유정'들이여! 단결합시다! 


덧붙여, 오랜 시간 묵묵히 쓰는 사람, 글쓰기의 재미를 알고 글이 가진 힘을 믿는 사람, 작가라는 이름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봄유정'의 이미지가 되도록 살겠습니다. 쓰겠습니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수요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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