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Oct 03. 2020

Day 8. Happy Birthday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저녁에 있을 고모의 칠순 파티 전 가족들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패키지 관광으로 치자면 옵션 관광할 사람은 하고 호텔에서 쉴 사람은 쉬고 자유 여행할 사람은 하는 날. 


아이들과 여자들은 오전 아웃렛 쇼핑을 하고 오후엔 숙소 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다. 마지못해 따라다니는 아이들 눈치 보느라 한 군데 매장에서 폭풍 쇼핑을 했다. 추석 연휴를 쓸쓸히 보내셨을 시어머니와 시누이 선물뿐 아니라 나를 위한 쇼핑까지 순식간에 해치웠지만 팜스프링스 아웃렛에서의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은 됐다.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은 사람 없는 야외 수영장에서 실컷 물놀이를 즐겼다. 추워서 입술이 새파래져서는 "이제 들어가요~"라고 애원할 때까지... ㅋㅋ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투산(Tucson)에 있는 <비행기들의 무덤>을 다녀오셨다. 함께 가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인상적인 곳이셨다는 소감을 말씀하셨지만 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으셔서 어떤 곳인지 알 수가 없다. 퇴역 비행기들을 전시해놓은 곳이라는데... 


첫 번째 가족 행사인 고모의 칠순 파티에 참석했다. 

아들, 며느리들이 세심하게 준비한 파티였다. 고모의 친구분들, 피닉스에 거주하시는 작은아버지 식구들, 한국에서 온 우리 일행까지 오십 명 정도 되는 인원이 중국음식점에 모였다. 고모 식구들은 한국에서 준비해 간 한복을 입으셨다. 손주들의 절까지 받으시는 한국식 고희연에 미국식 스탠딩 파티가 더해졌다. 

20대 때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 고모에게 한국인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철저하게 미국 사회에 동화되어 살겠다는 두 부부의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초대받은 친구들도 죄다 미국인... 한국에서 온 우리 외국인들끼리 얼마나 의지가 됐던지 모른다. 

브라질 큰며느리가 색종이로 한복을 접어 손수 만든 좌석 이름표.
한국에서 간 엄마가 고모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셨다. 고모의 다섯 손녀들이 한국식 절을 하고 있다. 


해외로 이민 간 가족은 늘 애틋하게 다가온다. 타지에 가서 겪었을 고생, 우리로서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멀리서 응원하는 것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축복을 받아야 할 대소사에 최소한의 인원만 특사처럼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고모부의 장례식 때는 아버지 혼자서 대표로 가셨다. 그 이전 사촌 오빠들의 결혼식이나 조카들의 첫돌 같은 행사는 아무도 함께 해주지 못했다.

미국에 있는 친척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방문이 뜻깊다. 오늘이 소중하다. 

몇 년 전 돌아가신 고모부가 더없이 그리우셨을, 고모의 칠순 생일 파티를 끝으로 오늘의 여정을 마감했다. 

이전 08화 Day 7. Organ Stop Pizz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