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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8. Happy Birthday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by 늘봄유정

저녁에 있을 고모의 칠순 파티 전 가족들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패키지 관광으로 치자면 옵션 관광할 사람은 하고 호텔에서 쉴 사람은 쉬고 자유 여행할 사람은 하는 날.


아이들과 여자들은 오전 아웃렛 쇼핑을 하고 오후엔 숙소 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다. 마지못해 따라다니는 아이들 눈치 보느라 한 군데 매장에서 폭풍 쇼핑을 했다. 추석 연휴를 쓸쓸히 보내셨을 시어머니와 시누이 선물뿐 아니라 나를 위한 쇼핑까지 순식간에 해치웠지만 팜스프링스 아웃렛에서의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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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은 사람 없는 야외 수영장에서 실컷 물놀이를 즐겼다. 추워서 입술이 새파래져서는 "이제 들어가요~"라고 애원할 때까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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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투산(Tucson)에 있는 <비행기들의 무덤>을 다녀오셨다. 함께 가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인상적인 곳이셨다는 소감을 말씀하셨지만 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으셔서 어떤 곳인지 알 수가 없다. 퇴역 비행기들을 전시해놓은 곳이라는데...


첫 번째 가족 행사인 고모의 칠순 파티에 참석했다.

아들, 며느리들이 세심하게 준비한 파티였다. 고모의 친구분들, 피닉스에 거주하시는 작은아버지 식구들, 한국에서 온 우리 일행까지 오십 명 정도 되는 인원이 중국음식점에 모였다. 고모 식구들은 한국에서 준비해 간 한복을 입으셨다. 손주들의 절까지 받으시는 한국식 고희연에 미국식 스탠딩 파티가 더해졌다.

20대 때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 고모에게 한국인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철저하게 미국 사회에 동화되어 살겠다는 두 부부의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초대받은 친구들도 죄다 미국인... 한국에서 온 우리 외국인들끼리 얼마나 의지가 됐던지 모른다.

20151003_173428.jpg 브라질 큰며느리가 색종이로 한복을 접어 손수 만든 좌석 이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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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간 엄마가 고모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셨다. 고모의 다섯 손녀들이 한국식 절을 하고 있다.


해외로 이민 간 가족은 늘 애틋하게 다가온다. 타지에 가서 겪었을 고생, 우리로서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멀리서 응원하는 것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축복을 받아야 할 대소사에 최소한의 인원만 특사처럼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고모부의 장례식 때는 아버지 혼자서 대표로 가셨다. 그 이전 사촌 오빠들의 결혼식이나 조카들의 첫돌 같은 행사는 아무도 함께 해주지 못했다.

미국에 있는 친척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방문이 뜻깊다. 오늘이 소중하다.

몇 년 전 돌아가신 고모부가 더없이 그리우셨을, 고모의 칠순 생일 파티를 끝으로 오늘의 여정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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