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환갑 콘서트

꿈같은 콘서트를 상상하다.

by 황현수

아내의 환갑 콘서트

며칠 있으면 아내의 60번째 생일, 환갑이다. 요즘 환갑 챙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도 뭣하지 않나? 그래서 이런 꿈같은 콘서트를 상상해 봤다. 아내의 환갑 콘서트.


장소는 토론토 노스욕 시청 옆에 있는 노스욕 아트센터의 중앙 홀. 자리가 넉넉한 2000석 규모를 빌린다. 아내를 아는 모든 분들을 초대하고 싶다. 그리고 아내와 같은 해에 태어난 교민들을 모두 모시고 싶고 , 노인회 어른들은 물론 모실 예정이다. 티겟은 S석 $150, A석 $120 수준이지만, 모든 자리를 무료로 초대한다.

출연진은 쟁쟁하다. 사회에 유재석, 가수 이문세, 장윤정, 싸이, 임재범, 인순이, 김범수, 조용필, 윤도현밴드, 설운도, 박현빈, 나훈아, 이승철, 이은미, 특별 출연 셀린 디옹 등이다. 반주는 46인조 오케스트라, 무용단, 합창단이 음을 보탠다. 공연 마지막에 추첨을 하여 두 부부에게 유럽 6박 7일 여행권, 지중해 크루즈 7박 8일 여행권을 각각 선물한다.


공연 전에는 화이트 와인을 한잔씩 돌린다. 최고급 치즈를 포함한 안주도 준비한다. 오랜만에 만남들이니 맘 편히 수다를 떨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도 배려해야지.

공연장은 초 호화 캐스팅에 어울리는 무대 디자인과 조명, 음향으로 준비한다. 무대는 물론 모든 좌석에도 리넨으로 장식하는데, 하얀 백합과 노란 수선화를 조화롭게 묶어, 화려하면서도 정숙한 분위기로 연출하였으면 싶다.

윤도현 밴드.jfif

오프닝은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 <사랑 TWO>로 시작한다. 오랜만의 라이브 밴드 연주에 모두들 들떠 있다. 누군가 객석에서 따라 부르기를 시작하더니 이내 전 관객이 함께한다. 어두웠던 무대 조명이 밝아지며 객석에 비추자, 이곳저곳에서 셀폰을 꺼내 들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어떤 이들은 당장이라도 무대로 뛰어오를 듯하다.


이어지는 순서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다. 앙코르가 쏟아진다. 노래하는 그의 뒤로 덕수궁 돌담길과 광화문이 보인다. 노래에 맡게 영상을 준비했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부르고 도망가듯 사라진다.

장윤정은 <어머나>와 <짠짜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끝난 후 무대로 들어가나 싶더니 "제가 이렇게 가면 섭섭하겠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하더니, <새>, <젠틀맨>, <챔피언>을 내리 부른다. 객석은 벌써 나리가 났다. 아내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남편들도 흥이나, 의자에 올라가 뛰기도 한다. 무대 감독은 어쩔 줄 몰라서 계속해서 그만하라는 사인을 준다.

다음은 허스키한 임재범이 나와 <너를 위해><고해>를 부르고 나간다. 관객들은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멍하다. 역시 젠틀한 임재범이다.


인순이가 나오면서 객석은 다시 움직인다. <밤이면 밤마다>, <거위의 꿈>, <오늘 같은 밤이면>을 다 함께 따라 부른다. 그다음은 김범수 <보고 싶다> <네버엔딩 스토리>를 들으며 지난 추억을 회상한다. 더 듣고 싶다고 애원하는 관객을 뿌리치며 떠난 자리에 조용필이 나오는 순간 객석은 탄성을 지른다. 역시 우리 세대의 영원한 '오빠'다. <꿈> <여행을 떠나요>을 부르고 들어간다. 더 이상 지체하면 오늘 중에 공연이 끝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0ViTv9TddY

설운도 <누이> <사랑의 트위스트>, 박현빈 <샤방샤방> <곤드레만드레>, 나훈아가 <갈대의 순정> <머나먼 고향>을 부른 후 멘트가 이러 진다. "우리가 원래 시간 관계상 한곡씩만 하기로 했는데, 벌써 앞에서 반칙을 했어요. 나도 웬만하면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조금 위반을 할 수 받게 없습니다. 여러분, 이해하시죠?" 하며 <홍시>, <물레방아 도는데>,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내리 부른다. 연출자의 '시간 오버' 싸인이 계속 나온다.

이어지는 이승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이은미 <애인 있어요> <기억 속으로>, 이어서 셀린 디옹과 합창단 < When I Fall in Love>로 마감한다. 쟁쟁한 출연진들이라 사회자도 끼어들 틈이 없다. 마지막에 다시 나온 유재석이 “저도 이렇게 멀리서 왔는데 노래라도 한 곡 불러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자, 모두들 "어서 여행권이나 빨리 추첨하시오”하고 야단이다. 유재석이 이렇게 당황해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가수 1인당 2곡씩으로 빨리빨리 진행해야 했는데, 중간에 싸이가 판을 벌려놔서 벌써 밤 11시가 넘었다. 유럽여행권은 노인회 회원이, 지중해 크루즈 여행권은 아내의 친구에게 돌아갔다. 공연을 보러 멀리 뉴욕에서 온 친구다. 지금은 이혼해서 싱글인데 지중해를 누구랑 가나? 별 걱정을 다한다.

로비에서는 “죽기 전에 소원을 풀었다”는 소리도 들리고, 집으로 전화를 걸어 방금 본 공연을 중계하는 이도 있다. 주류 방송사들도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인터뷰 경쟁을 한다. 로비는 사람만큼 열기에 차고, 아내도 그 열기에 볼이 빨갛다. 이럴 때 아내에게 축하한다는 말도 잊어서는 안 되지. “여보, 환갑 축하해요!” 그때, 아내의 가방에서 벨이 울린다. “어, 그래! 잘 봤어. 그런데 지금 엄마가, 사람들이 많아서… 있다가 집에 가서 전화할게!... 응!” 한국에 있는 딸의 안부 전화이다. 출연자들이 팬 서비스로 객석에 나와 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꿈속에서 나마 돈 걱정 없이 폼 나게 그려 보았다. 어린아이 같은 꿈을 꾸어서 그런지 얼굴이 화끈하다. 조용필의 <꿈>이나 들어야겠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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