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 터뜨리는 매화와 산수유
한낮 햇살 가득한 곳은 벌써 완연한 봄이다. 꽃이 피는 것도 그늘이냐 양지이냐에 따라 다르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지난주에 찍었던 매화가 어찌 되었는지 보았다. 아직 그쪽은 그늘이 져서 그런지 꽃망울을 터뜨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곧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이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남편이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로 나를 불렀다. 우리 아파트 양지바른 곳이다. 연두색과 노란색이 섞인 듯한 매화가 몇 개는 꽃을 피웠다. 휴대전화 카메라 줌인 기능을 사용해서 찍어보았다. 하늘도 청명하다. 하늘이 바다인 듯, 가지가 그물인 듯. 거기에 매화가 걸려 있다. 꽃이 다 피면 얼마나 예쁠까 상상해 본다.
이번 봄은 특별하다. 아들은 상급학교인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학원도 새로운 곳을 다니게 되었다. 아직 적응하는 게 어려워 보이지만, 잘 해내리라 믿는다. 봄은 영어로 spring이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느낌이 든다.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 튀어 오르고, 새싹도 땅에서 삐죽 고개를 내민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 튀어나오는 때가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 욕구, 호기심이 일어나 탐구해 보고자 하는 열정 등이 그것이다. 마치 봄의 기운처럼 말이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별명도 하고재비였다. 일을 잘 벌이는 성격이다. 마무리는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맺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또 내가 가진 열정만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 아님도 알게 된다. 학생들이 학원이 오고 싶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교사가 해야 할 일이다. 최근에 다니게 된 한 친구는 초등과정이 완성되지 않아 중학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니, 초등과정 완성은 고사하고 저학년에 배운 개념도 다시 알려줘야 할 정도이다. 그 친구에게 딱 맞춤으로 수업을 하자니 중학교 과정 진도 나가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중학 과정을 무시하자니 학교 성적을 잘 받게 하기도 힘들다. 멘토 선생님은 회원 어머니와 잘 상담해서 일단 기대치를 낮추라고 한다. 어차피 초등과정에서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도 느린 건 어쩔 수 없다고. 그래. 이번에 또 어머니와 정기 상담 진행할 텐데 그렇게 상담해 봐야겠다.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학원에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중학교 1학년에 진급했다. 부푼 꿈을 안고 진학했지만, 걱정도 많을 시기이다. 이 친구들에게 좋은 말을 해 주고, 칭찬해 주는 교사, 칭찬도 듬뿍 구체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길 바란다.
그늘에서도 결국 매화가 피듯, 지금은 꽃망울이 터트리진 않았지만, 결국 본인의 때에 꽃 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