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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Mar 25. 2024

아들을 보고 있자니 짠하다

아빠와 엄마에게 번갈아 혼난 아들

손가락 다섯 개씩 열 개, 발가락 다섯 개씩 열 개 건강하게 태어나 준 것만 해도 감사했다. 

학교에 들어가고 아들은 학생이, 우리 부부는 학부모가 되었다. 부모에서 학부모로......

중학교 3년 간은 성적이 잘 나오든 못 나오든 그리 큰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본인은 물론이고 우리 부부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누나는 알아서 다 했고 기숙사 생활까지 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같이 살다 보니 사사건건 다 간섭하게 된다. 


어제 서평 쓰는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거의 막바지인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남편이 아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아니, 뭐가 그리 또 잘못한 게 있다고 저렇게 혼내는지 알 수 없다. 수업하다 말고 잠깐 나가봤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빠 말을 듣고 있는 아들 모습이 애처로웠다. 

"아들 상담 좀 해 봐요."

퉁명스럽게 내뱉는 남편의 말투가 싫다. 아들을 나 혼자 낳은 것도 아니고, 좀 부드럽게 대해 줄 수는 없는지.


10시 모임이 끝나고 나서 아들을 불렀다. 계속 아빠한테 혼나고 있느니 나랑 얘기하자 싶어서였다. 새로 보낸 학원이 적응 안 되는 건지, 아니면 고등학교 시험과 입시 과정이 이해 안 되는 건지 아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3월 초 동아리 선택부터 삐그덕거리더니, 이제 겨우 한 달 채워가는 학원이 힘들다고 한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 수업을 듣는 수동적인 학원만 다니다가, 능동적인 학습 태도를 가져야 하니 낯설겠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싶은데, 개인코칭은 신청하지 않았으니 답답했겠지. 미안하다. 돈 많지 않아 개인 코칭까지 해 주지 못해서. 고등 수학을 좀 어려워하니 그거라도 좀 넣어주면 괜찮을까? 그럼 지금 드는 63만 원에 개별 코칭 46만 원이 더 든다. 109만 원이다. 원장한테 수학 7 콤마 말고 4 콤마 정도만 할 수 없는지 물어봐야겠다. 매니저에게 데일리 체크를 받는다. (가끔 다른 매니저나 튜터가 체크하기도 한단다.) 그때 물어보면 또 티칭도 가능하다고 쓰여 있기는 했다. 수행평가 준비, 학교 시험 대비 등 촘촘하게 관리받고 싶었다. 3월 29일 금요일 오후 1시에 매니저와 상담하기로 했다. 이때 좀 자세히 아들 상태에 대해 물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얘기도 나눠봐야겠다. 


나에게 온 아들을 따뜻하게 품어줬으면 좋으련만, 나는 또 꼬치꼬치 캐물었다. 도대체 뭐가 힘든 건지, 매니저한테 물어보면 될 것 아닌지......

남편은 가만있으면 되는데 왜 들어와서 언성을 높였는지 모르겠다. 아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엉엉 울기 시작했다. 짠하다. 학업이 뭐길래. 그저 하고 싶은 거 실컷 하며 재미있게 살면 좋은데. 우리나라 입시가 어쩔 수 없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간 이상 그 물결에 휩쓸려 가야 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할 무렵, 우리 교회에서 대안학교를 설립했다. 1대 교장 목사님이 아들도 입학했으면 하고 제안해 오셨다. 그런데 남편은 그걸 단칼에 거절했다. 당시에는 비인가이지만, 지금은 학교 규모도 커졌다. 초등과정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중 고등 과정까지 개설되었다. 입학하면 영어, 중국어, 1인 1 악기, 태권도, 미술 등은 기본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친구도 없고, 사회성도 부족한 아들이 그나마 한 반에 10~12명 있는 대안학교에서 지냈다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아들에게 오히려 이 교육방식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후회해 봐도 소용없지만.


대안학교 얘기 때문에 우리 부부 언성이 높아지니 아들이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지가 중요해졌다. 학교에서 친구도 좀 사귀고,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께 묻고 이럴 줄 알았으면 한다. 청소년기에 우울증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고 하는데, 아들은 그렇지 않기를 소망한다. 중학교 때 정서행동발달 검사 헤서 우울감이 있다고 나온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도 비슷한 검사를 실시할 텐데, 그때는 나아졌으면 좋겠다. 


잔소리를 듣느라 금방 시간이 흘러 아들은 씻고 자기 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 잔단다. 내 할 일을 마치고, 잠자는 아들 방에 들어가 살포시 이불을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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