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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Nov 15. 2020

글쓰기가 막막할 때 사용하는 프레임워크


긴 글 쓸 때의 막막함


긴 글을 쓰면, 종종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확실함에도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도, 읽는 사람이 공감하게 하려면 무엇부터 써야 할지, 그것에 대한 근거는 어떻게 전달할 건지, 단순히 논리적으로 쓰기만 해서 될 일인지...


갖은 고민이 떠오르지만, 고민이 떠오르는 건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하얀 백지상태의 스크린에, 당최 무슨 말부터 써야 할지 엄두도 안 날 때가 더 많으니까.


나는 문학적인 글에는 젬병이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글은 자주 써왔다. 어려운 정보를 쉽게 가공할 때엔 머릿속에 있는 템플릿을 활용하여 비교적 빠르게 써내는 편이다. 오늘은 그 템플릿(콘텐츠 스트럭쳐)을 공유한다.




잘 읽히는 글을 쓰는 법


버니스 매카시라는 교육학자가 제시한 학습이론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때 특정한 프로세스를 거치는데, 그 프로세스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면 훨씬 빠르고 쉽게 학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프로세스는 잘 읽히는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


버니스 매카시가 제시한 4MAT이라는 학습이론은, 사람이 새로운 정보를 학습을 할 때 네 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주장한다.



Why 

왜 이것을 학습해야 하는가? (동기 부여)

What

학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개념, 정의)

How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가? (사용 방법)

If 

적용했을 때 무엇이 좋은가? (적용 사례, 기대효과)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을 보자.

https://youtu.be/XIbsGOnDOrY





4MAT 글쓰기에 적용해보기


각 단계를 글쓰기에 적용해서 하나하나 살펴보자.


Why 왜 이것을 학습해야 하는가?


글을 읽기 전에, 왜 이 글을 읽어야 하는지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처음부터 이탈하거나 완독률이 낮아질 확률이 높다. 제목에서 특정 타깃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글은 ~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다.'라는 식으로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어필하는 것이다.


첫 문단인 Why 파트를 잘 구성하려면 내가 쓰려는 글을 누가, 왜 읽고 싶어 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여기서 '누구'란 인구통계학적 정보보다는, 그 사람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 나는 그 사람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의 경험을 풀어서 공감대를 느끼게 하는 방향으로 자주 쓴다. 혹은 유명한 사람을 인용하거나 지금 핫한 이슈 키워드 등을 넣어서 '지금 꼭 봐야 한다는' 느낌을 주는 방법도 좋다.



What 학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Why에서 이 글을 읽어야 하는 동기를 충분하게 부여하고 호기심을 일으켰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의 요약 버전을 말해준다. 개념이나 정의를 한 번에 익힐 수 있을 정도의 분량으로. 예를 들어, 글의 초반에서 "글을 잘 쓰려면 꼭 필요한 것 세 가지가 뭘까요?"라고 질문했다면 그다음 문단에선 "바로 1. 2. 3.입니다."하고 답을 던져주는 식이다.


What 파트를 잘 구성하려면 메시지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전체 글을 읽기 전에 예열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Why에서 흥미를 끌었다고 해도,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이탈하기 쉽다.


Why에서 끌어올린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해주어야 한다.



How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가?


How에선 What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미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상세히 설명해주되 중간에 이탈하지 않도록 맥락을 잘 연결해야 한다. 이탈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나는 What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 없이 매끄러운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컨대, 사례를 든답시고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거나, What에서 전혀 언급한 적 없는 단어나 용어를 꺼내서 ‘갑자기 이 얘기가 왜 나오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을 없애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아주 딱 맞는 사례를 제공하고(두 번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앞에서 썼던 단어나 문장을 그대로 이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문학적 글쓰기에서는 같은 의미라도 최대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패러프레이징)이 문장을 유려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글을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에 선호되지만, 정보 전달 글에서는 오히려 그게 글을 이해하는 데에 허들이 된다.


쉽게 말해서 How에서는 내용을 충분히 담으면서도, 만화처럼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도 술술 읽히도록, 쉽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If 적용했을 때 무엇이 좋은가?


How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전달했다면, If에서 앞에서 나온 내용들을 리캡한다. Takeaway(한 줄 요약, 불릿 포인트 등)를 정리해서 써주거나,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소개해줘도 좋다. 핵심은 이 글을 읽기 전과 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고,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이 글 참 유익했다’라는 기분을 심어주는 것이다.




자신만의 콘텐츠 스트럭쳐



이렇게 머릿속에 나름의 콘텐츠 구조를 짜두면, 어떤 내용이든 그 형식에 맞게 쓰면 되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당장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고, 막막하다면 내가 이 글을 왜 쓰는지, 누가 읽고 어떤 도움을 받아가면 좋을지, 즉 Why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나는 이 4MAT이라는 프레임워크를 글을 쓸 때 자주 사용하지만, 읽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이전에 책을 요약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든 적이 있다. 하루에 한 권을 읽고 스크립트까지 썼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면 기한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4MAT이라는 구조가 있었고, 책을 읽을 때도 ‘이 부분은 Why네, 내가 필요한 부분은 How니 조금 더 뒷부분을 읽어야겠군.’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빠르게 발췌독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서론-본론-결론이라는 구조를 가르쳐 준 것도 좀 더 효율적으로 글을 읽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꼭 4MAT이 아니어도 좋으니, 글을 쓸 때마다 적용할 수 있는 자기만의 구조를 만들어두면 좋다. 독서를 구조적으로 하면, 자연스레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저 작가는 Why를 이렇게 풀었네. 이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풀었던데. 내 글에는 어떤 것이 좋을까?’하고 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해내는 안목이 생기게 되니까.


아직 글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4MAT을 적용해서 독서를 해보고, 조금 익숙해지고 나면 자신만의 구조를 만들어 효율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독서를 해보자.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369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364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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