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이른 아침, 식사를 거르고 길을 나섰다.
한 3~4시간 걸어 10시쯤 되자 급 허기가 졌다.
저 멀리 작은 포장마차 식당이 보였다.
'이른 시간인데 혹시나 장사를 하려나?' 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혹시...식사 되나요?"
40대 후덕한 주인아주머니께서 활짝 웃으시면서,
"예. 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자 아주머니가 이야기하셨다.
"근데 지금 밥은 안되는데. 국수랑 수제비만 되는데..."
둘레길을 걸으며 식당을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떤 것이든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안도며, 감사고, 행복이다.
나는 "아휴~ 괜찮습니다. 아무거나 되는 대로 주세요."라고 말했다.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 아버지 같았으면, 웃으시면서,
"어허~ 밥집에 밥이 안되면 되는가?"라고 말씀하셨을 듯하다.
물론 위트 있게 말씀하고 싶으셨을 테지만 주인아주머니가 조금은 무안하지 않았을까.
위트 있게 답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먼저 정서적으로 교감이 되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어야 하고,
듣기 좋은 말이면서, 너무 닭살 돋지 않아야 한다.
내가 한 대답은 그냥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우와~ 오랜만에 별미네요. 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
라거나...
"이렇게 식사할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죠."
라는 말들이 더 나았으려나?
나이가 들어도...참...예쁘게 말하기가 너~무 어렵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