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나는 미래에 최고의 작가가 될 거야!라는 목표는 추상적이고 와 닿지도 않습니다. 그와 같은 목표지향적, 결과 중심적 사고는 나 자신을 갉아먹고 중도 포기하게 만듭니다. 그보다는 '내 정체성은 글 쓰는 사람이야. SNS에 댓글 다는 것도 글 쓰는 행위야.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쓸 능력을 지녔어. 이제 내가 글을 못 쓴다는 생각은 버리고, 지금보다 아주 조금 더 길게 쓰는 습관부터 길러보자."라고 내 정체성을 정의하는 편이 낫겠지요.
그러면 오늘은 이어서, 제임스 클리어가 추천하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4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비결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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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분명하게 만들어라.
②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③ 하기 쉽게 만들어라.
④ 만족스럽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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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습관을 분명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내 현재 습관들을 분명하게 파악한 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습관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쪼개고 붙여야 합니다. ‘확신의 힘’을 기억하시지요? 단순히 “나는 앞으로 명상을 할 거야.”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제임스 클리어는 “나는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이다.”로 기술하라고 권합니다. 예컨대 “명상: 오전 7시에 주방에서 1분 동안 명상할 것이다.”라고 써보는 것이지요. 그는 습관에 시간과 장소를 반드시 부여하라고 주문합니다.
한편, 새로 형성하고자 하는 습관은 반드시 현재의 좋은 습관과 연결되어야만 합니다. 이를 ‘습관 짝짓기’라고 합니다. 여기서도 핵심은 완전에서 더 큰 완전성으로의 이행입니다. 이미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쉽고 지속 가능하지요. 그는 “습관 쌓기는 현재의 습관에 새로운 습관을 짝짓는 전략이다.”라고 정리합니다.(113쪽)
다음으로 습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좋은 습관을 불러일으키는 신호를 주변 환경에 배치해야 합니다. 한편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에는 과거의 신호들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우리의 뇌는 습관에 매우 민감합니다. 제임스 클리어와 마찬가지로, 저는 한 때 침실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일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 의지가 부족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제 뇌는 ‘업무는 학교에서, 휴식은 침실에서’의 원칙에 따라 정확히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인데 업무를 침실에서 하려니, 뇌가 혼란을 느꼈던 것이었습니다. 내가 만약 침실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침실은 일하는데 매력적인 신호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신호에 제 뇌가 익숙해져야 하겠지요.
한편 ‘하기 쉽게 만들라’는 원칙은 어떠할까요? 습관은 시간이 아닌 횟수와 연관됩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습니다. 특정 행동이 반복될 때마다, 뇌에는 그 행동과 관련된 신경회로가 활성화되고 강화됩니다. 마침내 습관은 노력에서 자동화로 넘어가게 되지요. 여기서 ‘쉽게 만들라’는 결코 쉬운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어려운 일이라도 쉽게 만들어 습관화해라는 뜻이지요. ‘쉬운 일을 하라’와 ‘쉽게 만들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뜻밖에 많습니다.
제임스 클리어는 하위목표를 습관화하기 위해서 ‘2분 규칙’을 제안합니다. 예컨대 ‘오늘 저녁 요가를 해야지’는 ‘요가 매트를 깔아야지’로 바꿉니다. 2분 안에 해치울 수 있는 일이지요. 목표는 습관의 정착입니다. 하기 쉬운 일로 습관을 들여야, 하기 어려운 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나쁜 습관을 끊기 위해서는 그 습관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보는 습관을 끊기 위해서, 꺼내기 매우 어려운 곳에 스마트폰을 두는 방법 등이 이에 해당되겠지요.
마지막으로 ‘만족스러워야 달라진다’는 법칙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핵심은 ‘보상’입니다. 상위 목표를 최대한 잘게 하위목표로 쪼갠 뒤 개별 하위목표가 달성될 때마다 작은 보상을 주어야만, 우리는 습관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소확행’의 반복이지요. 이를 위해 잘게 쪼개진 하위목표들은 반드시 작게나마 성과를 내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고백건대, 저는 이 방법에 서툴렀습니다. 저는 일을 제대로 쪼개지도 못하고 몰아치는 편이었습니다. 또한 하나의 일이 끝나면, 제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대신 다른 일로 뛰어들었습니다.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도 못했습니다. 타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제 스스로 만족한 결과를 냈던 때가 거의 기억에 없습니다. 제 자신에게 그토록 인색했던 이유는 마음이 현재가 아닌 미래에 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슬로 라이프가 아니라 결과 중심적 사고에 세뇌된 패스트fast 라이프를 살았기 때문이지요. 저는 만성피로로 인해 번 아웃되고 나서야 이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때문에, ‘만족스러워야 달라진다’는 무색무취한 법칙은 제게 매우 소중합니다.
저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대한 리뷰를 2편에 걸쳐 꽤 길고 자세하게 썼습니다. 왜냐하면 제게 절실히 와 닿는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생체 리듬을 따르는 삶에 의하면, 우리는 오전에 가장 정신이 맑으며, 분석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전을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뇌가 지치지 않게, 결과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진정 나답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What’ 못지않게 ‘How’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오전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해야 할까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힘에 따르면, 우선 업무를 정확히 파악한 뒤, 그것을 최소 단위로 쪼갭니다. 여러 개의 최소 단위 목표들은 구체적이고 매력적이어야 하며, 매우 쉽고 각각 보상이 가능해야 합니다.
요즘 저는 제 모든 과업들을 1시간 이내 분량으로 쪼갠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 중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이내입니다. 심지어 프리랜서조차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연수입이 몇 억 원에 달하는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은 수시로 들어오는 일감들을 놓쳐서는 안 되므로, 스마트폰을 한쪽 구석에 던져놓고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등학생처럼 50분 내로 일 하나를 마치고 10분 쉴 수 있도록, 일을 쪼갭니다. 50분 이내로 쪼갠 일을 방해받지 않고 마칠 경우, 그 뒤에 누가 저를 방해해도 별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주어진 과업을 완수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취감을 얻었고, 10분 동안 제게 작은 선물을 줍니다.
물론 일을 반드시 50분 단위로 쪼갤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과업이 그런 식으로 분명히 쪼개지기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기적의 기억 교과서, 유즈클락 기억법>(김영사, 2016)을 쓴 마크 티글러는 심지어 20분 단위로 일을 쪼개라고 권하기까지 합니다.
제 주업이 읽고 쓰기인데, 가령 글쓰기는 어떨까요? 그렇게 50분 단위로 쪼개는 것이 가능할까요? 사실 시간 단위로 쪼개기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분량 단위로 목표를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처럼 은둔한 전업 작가가 아닙니다. 저는 대신 마음가짐을 바꾸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1시간 내에 방해받을 것이라고 아예 속 편하게 인정해버립니다. 그러면 누군가 와서 일의 흐름을 끊어도 별로 속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은 필요해서 찾아왔을 뿐입니다. 누가 악의를 가지고 제 일을 방해하겠습니까. 만약 운이 좋아 1시간이 넘도록 방해받지 않으면 감사할 일이지요.
게다가 우리는 데드라인, 즉 마감기한을 정해 놓을 때 글을 더 잘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압니다. 50분 안에 한 꼭지를 쓰겠다고 진심으로 마음먹으면,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졌을 때보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많은 성과를 낸 사람들이 대표적인 경우이지요.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쪼갤 수 있을 만큼 잘게 일을 쪼갠 뒤, 그것들을 매일매일 조금씩 성취해나가는 것이 평범한 진리라는 점을 확인하며,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리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