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의지조차 필요없는 쉬운 습관 만들기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1) 

안녕하세요, 알이즈웰 전도사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2018년 미국 출판계를 강타했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인 제임스 클리어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얼굴뼈가 산산조각 나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선수 경력이 단절될 위기였지요. 하지만 그는 생활습관을 전면적으로 개선한 뒤, 사소하지만 잘 짜인 습관을 통해 매일매일 조금씩 발전해갔습니다. 사고를 당한 지 6년 뒤, 마침내 그는 ESPN 전미대학 대표선수로 지명되었습니다. 비록 프로야구선수로 데뷔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이제 미국에서 손꼽히는 자기계발 전문가입니다. 유튜브에서 김미경TV를 운영하는 북인플루언서, 김미경 강사가 뉴욕까지 찾아가 인터뷰한 인물이기도 하지요. 그녀가 세계 최대 출판사인 펭귄 랜덤하우스 본사를 방문하는 광경은 인터뷰 자체보다 더욱 제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클리어의 인터뷰나 강연을 몇 개 시청한 뒤, 저는 그의 책을 읽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2019년에 국내 출간되었습니다. 앞서 유행했던 <습관의 재발견> 등  습관 관련 베스트셀러들은 지나치게 개인적인 경험을 담고 있어, 실천방법의 근간이 되어야 할 핵심을 짚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반면에 웬디 우드의 <해빗>(다산북스, 2019)은 지나치게 전문적이라, 제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모두 훌륭한 저작들이며, 읽는 이의 독서 목적에 따라 그 유용성이 갈리겠죠. 

우선 이 책의 원제인 ‘atomic habits’를 잘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atomic’이라는 단어가 지닌 여러 의미를 한글 번역으로는 충분히 표현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atomic은 ①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요소 ② 막대한 힘을 내는 근원이라는 두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정도로 작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 A를 습관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우선 그 일을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정도로 쪼개야만 합니다. 그런데 얼마만큼 쪼개야만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정도라고 우리가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의지 없이 해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크기로 일을 쪼개야만 합니다. 


가령 ‘한 번에 팔굽혀펴기 100개’가 제 목표라고 합시다. 이제 저는 이 목표를 여러 개의 하위목표로 쪼개야만 합니다. 그런데 얼마만큼 쪼개야 합니까? 10개? 20개? 최소 단위를 어느 정도로까지 쪼개야 적절할까요? 정답은 현재 내가 아무런 의지 없이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쪼개면 됩니다. 지금 제가 한 번에 10개까지는 별다른 의지를 발휘하지 않고서도 쉽게 해낸다고 합시다. 그러면 하위목표의 단위는 ‘10개/1번’이면 됩니다. ‘5개/1번’까지 쪼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욕심을 부려 ‘20개/1번’으로 하위목표를 올려 잡을 경우, 저는 얼마 못 가 팔굽혀펴기 자체를 접어버리게 됩니다. 그것 안 해도 먹고사는 데는 큰 지장 없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팔굽혀펴기를 하지는 않지요. 이 때문에 저는 경험상 atomic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atomic의 효과는 강력하지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가르치듯, 한 걸음씩 걷다 보면 결국 ‘천리 길 완주’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니까요. 


(2)

하지만 제임스 클리어는 ‘거대한 목표’를 경계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는 “목표 따윈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거대한 목표에 짓눌려 작고 반복적인 습관을 형성하는데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결과 중심의 습관’과 ‘정체성 중심의 습관’을 구분합니다. 결과 중심의 습관은 내가 미래에 획득할 성과에 집중하지요. 반면에 정체성 중심의 습관은 현재의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결과 중심적인 사람은 “나는 미래에 유명한 장편소설을 써낼 거야. 하지만 지금은 소설가도 무엇도 아니야.”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정체성 중심적인 사람은 “나는 요즘 매일 10줄 분량의 글을 쓰고 있으니, 글 쓰는 사람이야.”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합니다. 지금 나의 정체성(identity) 확립은 작은 습관 형성의 출발점입니다. 나는 미래에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글 쓰는 사람입니다. 다만 아주 사소한 소품을 쓰는 사람이죠.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인 바루흐 스피노자는 <에티카 3부>에서 ‘완전성에서 더 큰 완전성으로의 이행’을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존재물은 완전하며, 결코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체성 중심의 사고에 따르면, 나는 이미 작가이며 나중에 보다 나은 작가가 될 것입니다. 반면에 결과 중심적 사고(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사고)에 따르면, 나는 명성이 드높은 작가가 되기 전에는 작가고 뭐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처럼 무엇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내게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내게 있는 것을 내가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두 사고방식의 핵심입니다. 내가 수영장에 들어가서 허우적대며 겨우 10m 나간다고 합시다. 나는 수영을 하는 사람입니까? 결과 중심적 사고에 따르면, 나는 수영을 못하는 맥주병입니다. 반면에 정체성 중심적 사고에 따르면 나는 현재 10m 헤엄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작은 습관을 반복해서 일주일에 1m씩 더 나아갈 것입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1년 뒤에는 약 50m 정도 거리를 헤엄칠 수 있게 되겠지요. 

하지만 인생의 결과는 때때로 단리가 아닌 복리로 불어납니다. 제대로 물을 타는 법을 익히기만 한다면, 그다음에는 훨씬 더 먼 거리를 헤엄쳐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재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관점의 형성입니다. 그 관점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객관적이기도 합니다. 내가 10m 헤엄칠 수 있으면, 나는 10m 헤엄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거기에는 어떤 거짓도 없고 부끄러워할 점도 없습니다.   


오늘은 작지만 강한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첫걸음인 '정체성 중심 사고'에 대해 간략히 다루어보았습니다. '정체성 중심 사고'와 '결과 중심적 사고'는 각각 스피노자의 완전주의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에 기반하고 있어 철학적 뿌리가 깊습니다. 주자학에는 "털 끝 하나의 차이가 천 리로 벌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채워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4가지 비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