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4일, QWER의 2nd 미니앨범 <Algorithm's Blossom> 발매일까지의 타임 테이블이 공개되었습니다. 도파민 중독자들이 모인 온라인 콘텐츠 기획 전문 회사다 보니, 어떻게 해야 팬들의 도파민을 야금야금 터뜨릴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더군요.
덕질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하는 거죠. 이 때문에 9월 4일에서 23일까지 약 3주 간의 일정은 바위게(QWER 팬덤)들끼리 오두방정을 떨면서 즐기는 또 다른 축제 기간입니다. 굳이 팬이 아니더라도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vs스페인 경기는 그 과정을 다 볼 필요가 없고, 다음날 뉴스로 결과만 보면 돼! 라이브로 경기를 보거나 경기장을 직접 찾는 것은 시간 낭비야!"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3월 개학 때 여름방학 유럽 여행을 결정한 대학생이라면, 1학기 내내 여행 계획을 짜면서 잔뜩 기대에 부풀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9월 2일에 <가짜 아이돌>을 접한 QWER 팬들은 9월 23일까지의 여정이 매일 즐거움의 연속일 겁니다. 과정 그 자체의 즐거움! 이 맛에 덕질하고 팬질하는 거죠.
<40대 아재의 덕질 일기>는 QWER 덕질하는 아재의 감정을 끄적이는 곳이기에, 트랙리스트가 공개된 9월 9일부터 하이라이트 메들리가 공개된 9월 18일까지 매번 마주쳤던 제 느낌들을 그때마다 적어놓고자 합니다. 제가 예상한 내용들이 결과적으로 틀렸더라도, 이 또한 좌충우돌하며 덕질을 즐기는 여행길이기에 상관없습니다. 오직 "꿀잼"이 핵심이죠.
2024년 9월 9일 월요일 오후 6시, QWER의 소속사 3Y 코프레이션은 예고한 일정대로 두 번째 미니앨범의 "트랙 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작사-작곡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각 노래의 가사(또는 주제) 일부가 대신 소개되었습니다. 오후 4시간 강의 후에 저녁 식사도 거른 채 일하고 있던 저는, 절대 들여다보지 않으려다 결국 못 참고 트랙 리스트를 검색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금세 코 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이 씨, 안 울라 그랬는데!"
진짜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나, 평소에 "97T"(T와 F 중 T가 97%. 히나의 별명이 "97T나")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울보 군필 여고생이잖아! 그래서 또 다른 군필 여고생 바위게에게 트랙리스트 이미지 파일을 전송했는데, 그 또한 "핑크빛 메이드복 입은 프릭 센세"에 빙의해서 대번에 눈물을 글썽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제가 펑펑 울지 않았다며, "빠심"이 부족하다고 꾸짖었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반성합니다. <안녕, 나의 슬픔>이란 제목에 이르러 왈칵 눈물 쏟을 준비가 완료되었는데, 혼자 있으면서도 감정을 억눌렀으니 뭔가 크게 잘못된 느낌이었습니다. <소다>를 녹음할 때의 냥뇽녕냥 히나처럼 자아를 완전히 내려놓는 특훈에 들어가야겠습니다.
[마젠타의 베이스 선생님, 프릭 센세]
수록곡 제목을 훑어본 저는 <가짜 아이돌>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가짜 아이돌>은 명곡입니다. 하지만 여타 수록곡들은 제목만으로도 싱그럽고 상쾌한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반면에, <가짜 아이돌>은 스모크 자욱한 홍대 소규모 지하 라이브 클럽 무대가 연상됩니다. 사실 첫번째 미니앨범인 <마니또>의 수록곡 분위기와도 많이 차이가 나는데, <가짜 아이돌>은 오히려 데뷔곡인 <디스코드>에 가깝다고 봅니다. 세상에게 아직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기답게 살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가사 내용 또한 유사하고요.
음…이러다가 <가짜 아이돌> 안티 소리 듣겠네요. <가짜 아이돌> 관련 글만 두 개나 썼고,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았는데…. 뮤직비디오에서 "FAKE IDOL"이 "FATE IDOL"로 바뀌는 장면의 절묘함(역시 QWER은 아이돌이 될 운명이지)…. 아희돌 이아희의 착장이 나머지 멤버들과 차이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 <최애의 아이> 호시노 아이의 눈에 박힌 "저 빛나는 별처럼," WMC 애니 티셔츠에서 반짝이는 히나의 하트 모양 눈동자처럼, <가짜 아이돌> 포스터 속 눈동자에 새겨진 QWER 로고…. 아희돌 마젠타가 자신의 빨간 머리를 가리키며 "X재팬 히데 느낌이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을 때, <Endless Rain>에 열광하던 대학생 시절로 타임 슬립한 나…. 아직도 <가짜 아이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런데 QWER이 진격의 거인처럼 너무 앞서 나가니, <가짜 아이돌>을 제대로 음미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실제로 바위게들의 머릿속은 매일 공개되는 다른 떡밥들로 이미 가득 차 버렸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두 번째 미니앨범 <Algorithm's Blossom>의 핵심 사상은 <가짜 아이돌>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알고리즘(Algorithm)에서 태어나, 색안경 위로 꽃을 피우자(Blossom)"라는 가사를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유재하의 전설적인 앨범인 <사랑하기 때문에>의 모든 수록곡들이 하나의 러브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어지듯, 이번 미니 앨범 또한 <가짜 아이돌>을 시작으로 <메아리>까지 팬과 대중을 향한 QWER의 다양한 감정과 소망 및 다짐이 쭉 연결되어 마무리될 것이라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가짜 아이돌>은 첫 인상과는 달리 이질적인 곡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에라 모르겠다, 그러니까 한 잔 해!
앞서 말했듯이, <가짜 아이돌> 이외의 수록곡들은 일관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앨범이 공개되는 9월 23일이면 어느 정도 늦더위도 가실 것이며, "가을에 젖은 청춘" 무드에 어울리는 곡들이 인기몰이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타이틀곡인 <내 이름 맑음>은 <날씨의 아이>와 <너의 이름은>을 동시에 떠올리게 했습니다. 두 애니메이션을 모두 제작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콜라보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사랑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 다음 영화 OST는 QWER에게….
한편 <안녕, 나의 슬픔>을 본 저는 프랑스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안녕"은 "Goodbye"가 아니라 "Hello"입니다. <안녕, 나의 슬픔>은 슬픔을 맞이하는 내용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다음으로 영화 <태양의 노래> O.S.T인 <Good-Bye Days>가 떠올랐습니다. 유이(YUI)가 불렀죠. 이 영화를 참 많이 좋아했었습니다. 하지만 <안녕, 나의 슬픔>은 실제로 그렇게 구슬픈 가사는 아닐 듯합니다. 그 외에도 수록곡들의 "첫 인상"에 대해 쓸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글이 많이 길어졌기에, 9월 18일에 공개될 "하이라이트 메들리"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까 합니다.
"트랙 리스트" 공개 이후, QWER 소속사인 3Y코프레이션은 이번 앨범의 포토 컨셉을 차례대로 선보였습니다. 정장을 입은 멋진 모습과 흰 드레스를 입고 피를 연상케 하는 빨간 액체(알고 보니 케첩)를 입과 손에 묻힌 모습 등 상반되는 두 이미지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울러 그 포토에 담긴 여러 상징에 대해, 바위게들은 다양한 추측을 하며 놀았습니다.
철학이 생업인지라 본업에도 머리가 빠개지는 저에게는 컨셉 포토 속 상징을 분석할 여분의 에너지가 없습니다. 40대 아재 바위게의 유일한 관심사는 "이번 컨셉이 QWER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는가, 깎아 먹는가"입니다. 이런 제 관심사는 국민 걸밴드가 되고 싶다는 시요밍의 소망을 성취시켜 줄 "대중성"과도 연관되지요. 그 어떤 컨셉이든 바위게가 반대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다만 QWER의 미모를 갉아 먹지만 않으면 됩니다.
9월 17일까지 QWER 채널에 업로드된 쇼츠 영상을 보면, 4명의 소녀가 "비틀즈처럼" 깔끔한 정장을 입고 <가짜 아이돌>을 연주합니다. 정말 끝내주더군요. 특히 저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지 않고 똑바로 맨 히나 스타일이 정말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영국 신사처럼 스탠다드하게 갖춰 입는 케이스를 오늘날 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비틀즈 이후로 수트의 정석을 따라 핏이 딱 떨어지게 입은 여성 기타리스트! 9월 14일에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TV <덕통사고> 단독MC 신고식을 마친 히나! 이제 덕통령에다 "패션 아이콘" 타이틀을 더할 일만 남았습니다. 아울러 QWER은 츄리닝을 입던 여고생에서, 이제 멋진 수트를 빼 입은 여대생 또는 사회 초년생 직장인 밴드로 한층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9월 23일 앨범 공개 이후 가질 첫 라이브 무대인 중부대학교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축제 공연에서 어떤 착장을 하고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수트(suit) 파입니다만, 시요밍이 정장을 입고 <고민중독> 치어리딩을 하는 광경이 잘 그려지지 않네요. 에라 모르겠다, 그러니까 한 잔 해!
2024년 추석 연휴 첫 날인 9월 16일 월요일. QWER의 소속사인 3Y코프레이션은 한가위 인사를 겸한 QWER 한복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 가운데 매니저 검은수염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포토 한 장이 유독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케이팝 걸그룹들은 발랄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칠지라도, 예능에서는 항상 밝고 명랑하죠. 어쩌면 이것이 케이팝 문화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둠 없는 밝은 모습. 그런데 QWER의 발랄함은 여타 아이돌들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여줍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타쿠적인" 발랄함이라는 거죠.
<드래곤볼> 독자라면, 상기한 사진을 보고서 최소한 두 장면이 떠오를 것입니다. 첫째, 손오천과 트랭크스(또는 손오공과 베지터)의 "퓨전"입니다.
[삼립에서 퓨젼 빵까지 나왔다니!]
둘째, 프리저의 최정예 부대인 기뉴특전대의 "포즈" 또한 빼놓을 수 없죠.
[수상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기뉴특전대]
대한민국의 그 어떤 케이팝 아이돌도 "씹덕" 포스를 발휘해, 한복을 갖춰 입고 퓨전을 해서 한가위 인사를 전하지 않습니다. 저런 아이디어 자체가 너무 "찐"입니다. 게다가 "한복 밴드"야말로 진짜 전세계 초 레어템 아닙니까! 거의 "이세계 밴드" 수준이네요. 내년 초에 설빔 입고 게릴라 콘서트라도 해서 기타 치고 드럼 갈긴다면, 해외 언론이 대서특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복 락앤롤!!!"
그 와중에 쵸단은 멤버 중 유일하게 "락앤롤 손동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쵸단은 결정적인 순간에 화룡점정의 장난기를 빼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게 의외로 예능에서 돋보이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죠. 이렇게라도 한 번 더 언급되니까요. 물론 쵸단은 저런 의도조차 내지 못하는 순수함 그 자체입니다. 그녀는 "퓨전"에 너무나 꽂힌 나머지, 다른 생각을아예 못 한거죠.
그리고 다음날인 9월 17일 새벽, 3Y코프레이션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타이틀곡 <내 이름 맑음> 뮤직비디오 썸네일을 기습적으로 공개합니다.
[히나, 이 싸움을 끝내러 왔다]
이 썸네일을 보자마자 아재 바위게는 외쳤습니다. "이거 완전 사기네. 치트키네. 끝났네!" <히나xWMC 콜라보> 당시 화보집(?)을 기억하는 바위게라면, 차기 "국민 첫사랑" 포스를 뿜던 히나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 뮤직비디오 썸네일만 보면, <내 이름 맑음>의 히로인은 <날씨의 아이> 여주인공과 동명이인인 "히나"입니다. 학창 시절에 졸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다 아는 황순원의 <소나기> 속 소녀처럼, 히나는 비(또는 땀)에 젖은 모습입니다. 솔직히 일본 청춘 영화 분위기의 썸네일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뮤직 비디오를 보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깨는 내용이면, 제 망상마저 깨질까 봐.
이렇게 QWER 신규 앨범 발매일인 9월 23일까지의 여정은 트랙 리스트와 컨셉 포토 공개를 거쳐, 이제 하이라이트 메들리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두번째 미니앨범의 "하이라이트 메들리"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8일 저녁 6시에 공개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저는 친척 어르신들과 함께 "행복한" 명절 모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녁 9시가 넘어 비로소 혼자가 된 저는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아, 천지신명을 대하는 심정으로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마주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앨범 작사/작곡/편곡을 담당하는 분들의 성함이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인터넷에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우와, 이번 음악 참여진의 네임 밸류가 장난이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QWER의 모든 곡에 관여했던 "이즈리얼(이동혁)"이 <내 이름 맑음>과 <달리기>를 제외한 전 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앨범 수록곡의 일관성과 통일성은 보장되었네요. 하지만 역시 곡을 들어봐야죠? 유튜브 플레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QWER 2nd Mini Album 'Algorithm’s Blossom’ HIGHLIGHT MEDLEY]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듯한 인트로가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음, 아니? 작곡과 편곡이 이디오테잎이잖아? 9월 28일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 콘서트에서 QWER 다음으로 공연하는 일렉트로닉 연주팀이지요. 음악계 대선배와 또 이렇게 연결이 되는 것인가! 이어진 <가짜 아이돌>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명곡! 놀랍게도 하이라이트 메들리로 들으니, 다른 곡들과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오히려 좋아!
그리고 바위게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타이틀곡인 <내 이름 맑음>. 전소연과 팝타임이 이 곡을 맡았습니다. 편안하고도 발랄한 건반 멜로디 위에 "어쩌다, 고작 그 마음도 못 참고, 멍청하게 다 던졌는지"라는 가사가 얹혀 나오는데, 그냥 타이틀곡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트로한 일본 시티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가 부른다면 무조건 첫날부터 멜론 TOP100 상위권에 앉아 있을 곡이라고 솔직히 생각했습니다. 그런 곡들이 있지 않습니까? 취향 여부와 상관 없이, 무조건 대박날 수 밖에 없는 곡. 제가 전소연 작사, 전소연+팝타임 작곡의 <아픈 것은 딱 질색이니까>를 처음 들었을 때의 바로 그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내 이름 맑음> 또한 전소연 작사, 전소연+팝타입 작곡이지요. 게다가 몇 초 되지 않는 뮤직 비디오 속에서 히나는 쵸단에게 빌린 것 같은 "슬립낫" 티셔츠를 입은 채 양갈래 머리를 하고서 귀여운 자책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틱톡 코스프레 1황답게 얼굴을 어찌나 잘 쓰는지, 표정 풍부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습니다. 뮤직비디오도 대박 조짐이 보입니다. 다만 <내 이름 맑음>은 <고민중독>의 "어떤 인사가 괜찮을까, 천 번쯤 상상해 봤어~"에 해당하는 첫 소절만 들려준 수준입니다. 이미 끝내주게 좋지만, 더한 찬양은 다음 기회로 미룰까 합니다.
이어진 <사랑하자>와 <달리기>는 각각 마젠타와 쵸단의 보컬 참여가 귀에 확 꽂혔습니다. "내가 바로 타이틀곡이 될 상인가!"하고 늠름하게 걸어오는 대신, 상큼한 가을 바람 같은 제이팝 느낌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사랑하자>를 들어보니, QWER의 음악 색깔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이는 역시 이즈리얼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니다, 이 사람이 그냥 이 그룹의 음악 색깔을 만들었지….
자, 그리고 이어진 <안녕, 나의 슬픔>과 <메아리>…. 일단 9월 18일 하이라이트 메들리까지만 기준으로 할 때, 제 최애곡은 <안녕, 나의 슬픔>과 <메아리>입니다. <내 이름 맑음>보다 저는 더 좋습니다. 제가 <별의 하모니> 및 <대관람차> 팬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두 곡 듣자마자 바로 눈에 감동의 수도꼭지가 열렸습니다. <안녕, 나의 슬픔>은 제가 라이브로 듣게 되면, 그 자리에서 군필 여고생처럼 눈물을 또르륵 흘릴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이 곳에 멈춰 둬서 미안해, 많이 늦은 인사를 끝으로…." 제 기준 천하의 명곡이 나왔습니다. 이즈리얼 당신은 대체…왜 이렇게 폼이 좋은 겁니까!
한편 <메아리>는 그 무한한 기쁨과 긍정의 청춘 바이브가 <불꽃놀이>와 <지구정복>만큼이나 크게 다가왔습니다. 저 곡을 지난 8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연주했더라면, 메인 스테이지에 있던 관객들이 놀라서 뛰어왔을 것입니다. 어차피 서드 스테이지가 이미 꽉 차서 입구컷이었겠지만 말입니다. <메아리>는 이번 미니앨범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대어(大魚)네요. 마지막 아웃트로 또한 이디오테잎이 작곡했는데, 마치 8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나 조지 루카스 영화 음악 같아서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거 뭐,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명반이네요! 이번 앨범의 유일한 단점(?)은 초등학생들을 매료시킬 <소다> 같은 곡이 없다는 거죠. 에라 모르겠다, 그러니까 한 잔 해!
이제 여러 장르를 합친 복잡한 화성 및 화려한 칼군무로 대표되던 K-POP 주류와는 전혀 다른 음악 트렌드가 신선한 가을 바람처럼 불어오네요. 한국 최고의 뮤지션들이 QWER을 앞세워 K-POP 주류와 대리전을 펼치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물론 앨범 판매량 및 차트 성적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어차피 QWER은 아직까지는 대형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팬들은 그런 숫자 놀음에 과몰입하다간, "음악"이라는 본질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디스코드>와 <고민중독>에 이어 <내 이름 맑음> 또한 2024년 가을을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싱글 앨범 1개 및 미니 앨범 2개 등 데뷔 이후 낸 총 3개 앨범의 퀄리티가 모두 이렇게 탑티어인 가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개미 발톱만한 기획사 소속의 QWER이 <디스코드>와 <고민중독> 2연타를 날린 것만 해도 기적입니다. 하지만 "성장형 아이돌"이니까,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되겠죠. 그리고 앨범 전체가 아직 공개된 것도 아닙니다. 9월 23일까지의 음악 여행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당장 9월 20일부터는 <내 이름 맑음> 뮤직비디오 티저가 차례대로 공개될 예정이니까요. 이제 마음 편히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저는 박명수, 쵸단, 시요밍이 함께 하는 <얼굴천재 차은수> 에피소드를 보러 가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