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햄스트링 근육통은 원래 오래가나요?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주 1회 이어지던 Adult swim club이 9월 개강을 앞두고 끝이 났다.
마지막 세션은 dive start 훈련으로 대미를 장식하였는데, 팔자에도 없는 물구나무서기 연습을 하느라 햄스트링 근육통을 처음 겪었다. 어지간하면 이제 그만 마음 정리를 할까 하면서도 미련이 남는 옛 연인처럼, 엄청나게 굳은 햄스트링은 10일 넘게 질척거렸다. 축구선수쯤이나 되어야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는 부위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햄스트링은 실생활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가장 괴로울 때는 역시 화장실에서 차디찬 변기에 앉을 때. 변기와 닿는 바로 그 부분에 무슨 돌이라도 하나 박힌 것 같은 느낌. 본의 아니게 화장실에서 자꾸 기합을 넣게 된다. 헙.
Adult swim club 수업 마지막 날, 독일병정 코치가 물었다.
이 중에 학생인 사람?
저요, 저!!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student swim club. 본인이 코치를 맡게 되었으니 하고 싶으면 등록하란다. 5초 정도 고민하다가, 가뜩이나 자리도 얼마 없는데 빨리 마감될까 걱정하며 부랴부랴 등록했다. 5초 동안이나 고민한 이유는 세션이 얼마나 빡세게 진행될지 가늠할 수 없어서였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생 스포츠 클럽은 구성원이 대부분 학부생이다. 나는 얼굴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양인이지만 (과아연!), 신체 노화 정도와 운동 수행 능력 면에서 20대 초중반 친구들을 따라가기 힘들 확률이 높다. 훈련 중 운동이 힘든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여름 강습 내내 수업 다음 날 어깨에 파스를 붙이거나 심한 날은 소염진통제를 먹기도 했기에, 자잘한 부상조차 달갑지 않았다. 그룹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용을 쓸 때가 많은데, 내 근육과 관절은 그걸 너그러이 이해해 줄 정도로 부드럽지가 않다. 그래도 뭐, 학생 신분도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일이고, 학생일 때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누려보자고 마음먹지 않았나. 여름 강습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swim lesson과 달리 swim club은 영법을 배우는 단계라기보다 교정하는 세션이니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테크닉을 구사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더라. 그럼 뭐, 남들과 기록 경쟁을 할 것도 아니고, 수업 듣다가 배를 까뒤집고 물 위에 나자빠질 일은 없겠지?
7월 초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갔다가 다음날 떡실신하여 오전 11시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수면을 가장한 혼절이었다. 입을 헤- 벌리고 자는 나를 보며, 쟤가 저러다 입 안이 너무 마르진 않을지 걱정이 된 짝꿍은 벌어진 내 입에 물을 부어줄까 잠시 고민했단다. 저녁 수영 수업을 마치고 뒷목과 날개죽지에서 슬슬 뻗는 열을 느끼며 다음날 늦은 오전까지 혼절하길 2-3차례 반복하자, 그래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 혼절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수영 훈련이 있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 수면의 질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보자니, 강습이 왜 주 1회로 편성되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코치에게 설명을 들으면 머리로는 곧잘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올법한 완벽한 자세를 몸에 익히는 것, 그것도 체력이 빠진 상태에서 정확한 자세를 구사하기 위해 힘을 들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상상 속 내 모습은 거의 캐나다 돌고래인데 실제로는 아마 물에서 솜사탕 씻는 너구리일지도 모른다. 유튜브에서 각종 영법 교정 영상을 찾아보며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지만, 아무래도 수영의 가장 큰 단점 - 내가 운동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 - 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수영장에서는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에 내가 지금 킥을 몇 비트로 하는지, 물잡이는 제대로 되는지, 하체는 잘 떠 다니는지 가늠할 길이 없다. 그래서 별로 하는 것 없어 보이는 코치이지만 (다른 운동과 달리, 수영은 가르치는 자와 훈련하는 자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동작을 하는 경우가 초중급반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그녀의 시선이 반갑다. 한 마디씩 대충 던지는듯 해도, 내가 나의 상태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게 유일한 나침반이다.
모든 운동이 다 그렇겠지만, 수영도 몸 상태에 따라 잘 나가는 날이 있고 몸이 무거운 날이 있다. 이상하게 힘이 남아 돌아서 조금 더 돌고 오는 날은 식욕도 터지지만 햄스트링이나 어깨 근육도 터진다. 숏핀을 끼고 씐(!)이 나서 슝슝 돌고 오면 별 힘을 들이지 않고 떠다니는 것 같지만 평소보다 몇 배나 되는 물을 밀어내느라 내 햄스트링은 터져나간다. 물속에서만 아직 모를 뿐,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나오면 이미 뒷다리는 뻐근해져 있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날이 추워질수록 웜업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제대로 몸을 풀지 않고 들어갔다간 물속에서 쇠꼬챙이처럼 느껴지는 내 하체를 마주한다. 생리가 다가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어김없이 몸이 무겁다. 첫 2-300m는 늘 킥으로 시작하는데, 이미 15m 지점부터 몸이 무거운지, 평소랑 비슷한지, 오늘 햄스트링 좀 터져도 괜찮을지 감이 온다.
8월 초 언젠가, 독일병정 (여자) 코치가 휴가를 가고 대타로 더 큰 독일병정 (남자) 코치가 왔었다.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go"를 외치는 사나이였다. 하필 그날은 평소보다 swim mates들이 적게 온 날이었다. 고작 3명이서 나직한 "go" 소리를 들으며 1시간을 달렸는데, 평소에 잘하지 않던 배영을 무리해서 하느라 어깨에 무리가 갔나 보다. 다음날부터 오른쪽 팔을 들어 올리기 힘들어지더니 통증이 거의 1주일 가까이 이어졌다.
친애하는 ChatGPT선생께 물어보니 회전근개에 염좌가 있거나 무리가 간 것으로 추정되었다. 더 친애하는 physio therapist는 여름휴가를 즐기러 가셨기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2-3일 쉰 뒤 수영장에서 왼팔로 할 수 있는 drill만 했다.
여름 첫 swim club은 가벼운 어깨 염좌와 돌같이 굳은 햄스트링을 안겨 주었지만, 조금씩 아주 천천히 테크닉이 향상되는 경험도 선사해 주었다. 혼자서 열심히 시계추처럼 수영장을 다녀봤자 큰 발전이 없었을 테다. 물론 시계추처럼 다녀도 된다. 시계추가 얼마나 부지런하고 칼 같은데.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경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몸의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운동은 그 목적을 다 한 것이라고, 예전에 잠깐 다니던 RMT clinic에서 말했다. 자꾸 운동 욕심을 내는 나에게, 체격조건을 보건대 엄청난 근육이 생기긴 힘드니까(쳇!) 무리하지 말고 수영장에서 100m만 돌아도 충분하다고까지 했다. 그럴 거면 가는 시간, 수영복 입는 시간, 샤워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집에서 씻고 말겠다고 생각하는 나를 보니, 아직은 욕심이 있나 보다. 뭐든 지금 상태에서 조금 더 나아지고 싶다면, 해보지 않았던 것,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 약간의 강제성을 지닌 무언가에 나를 던져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나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잘못된 동작을 더욱더 깊이 몸에 각인시키게 된다. 거기다 몸 속의 실제 산소포화도와 상관없이, '이 정도 했으니 힘들 것이다' 라는 자기예언적 위로(?)에 힘입어 잦은 휴식을 취하고 만다. 그래서 가을학기 student swim club에 또 등록했다. 아마도 1-2회 정도는 dive start 훈련이 있겠지만, 그래서 조금 마음 한 구석에 부담감이 있지만, 뭐 괜찮다. 그때까지 매번 수영장 갈 때마다 한 번씩 물에 뛰어들어보면 덜 무서워지겠지.
덧: Adult club과 비교했을 때 student club은 학부생이 많아서 강습이 빡셀 것이란 내 추측이 맞았다. 첫 시간에 4개 종목을 다 시킨걸 보니, 독일병정 코치는 이 '어린' 친구들을 데리고 운동량을 절대적으로 늘리기로 마음 먹은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