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캐나다 정치학 박사과정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큰 골자는 비슷하리라 생각해요. 물론 제가 모든 학교를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조금 다르거나, 그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관찰값이 나오거나, 아님 제가 아예 왕창 틀렸거나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 글은 그저 저의 경험으로만 국한시켜 읽어주세요.
무엇을 배울 수 있나
모든 것을 뭉뚱그려 '정치학'이라는 이름으로 집어넣기엔 이 세상은 매우 다양하고 우리가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도 많습니다. 때문에 모든 정치학과는 4-5개의 세부 전공이 있어요. 미국/캐나다/유럽/한중일 등을 막론하고 다음의 3가지 세부전공은 꼭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교정치(Comparative politics),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 정치이론/정치철학 (Political Theory).
여기에 지역이나 학과의 특수성에 따라 지역정치와 방법론 과목이 추가됩니다. 미국 대학이라면 American Politics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이곳은 캐나다이니 Canadian Politics가 있습니다. 한국이라면 '한국정치'가 있을 테고, 나라마다 자국 정치를 다루는 세부전공은 꼭 둡니다.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많지 않기에, 학과에 따라 해당 학교가 위치한 지역과 상관없이 '미국정치'를 세부전공으로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편, 방법론(Methodology)에 강점을 지니는 학과는 이를 세부전공으로 두기도 합니다. 방법론은 크게 질적 방법론 (qualitative methodology)과 양적 방법론 (quantitative methodology, 줄여서 quant)으로 나눌 수 있는데, 주로 quant에 특화된 학교들이 그러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미국의 주요 대학 - 특히 동부와 서부 연안 도시에 위치한 대학 - 은 대체로 '방법론'을 세부전공으로 두고 있을 겁니다. 아참, 캐나다의 특성상 원주민과 관련된 전공(e.g. Indigenous politics)이 있는 학교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드미션 레터를 받고 최종적으로 학교를 골라야 할 때, 각 학교의 재학생 혹은 졸업생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면 아름답습니다. 어차피 그 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들은 자기들이 뽑은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겠지만, 재학생/졸업생은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진솔한 의견(혹은 욕)을 말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가 최종결정을 해야 할 당시에도 지금의 지도교수가 거의 5-6명의 재학생/졸업생을 소개해 줬었어요. 다들 감사하게도 자신의 경험을 주저 없이 나눠줬고, 그 덕분에 제가 앞으로 굴러야 할 전지훈련장이 어떤 곳인지 대충은 알고 올 수 있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한 분이 저에게 말씀하시길 캐나다 정치학과 학제는 미국과 영국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경험해 보니 미국과 아주 똑같거나 대단히 미미한 차이만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학제에 대해서는 제가 깊이 알진 못 합니다만). 그도 그럴 것이, 학과 내 교수의 85% 이상이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고, 그들도 용가리 통뼈가 아니니 자신들이 교육받은 대로 가르칩니다 (참고로 한 수업 커리큘럼을 제로베이스에서 만들어낸다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가 대단히 많이 드는 일입니다). 게다가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3개 세부전공(비교정치, 국제관계, 그리고 정치이론)의 core seminar 같은 경우에는 거의 비슷한 syllabus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박령처럼 존재합니다. 흔히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논문과 책을 필두로 수업이 짜여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어느 학교에서 배우든 3개 세부전공에 한해서는 일정 수준 학술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학과의 한 선배가 한국 석사 과정 중 들었던 수업의 syllabus를 학과장에게 보일 기회가 있었답니다. 그 학과장은 미국 동부에서 박사학위를 한 사람이었는데, 선배가 제출한 syllabus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묻더랍니다.
"너 이거 어디서 들은 수업이야?"
"한국에서 들었는데? 석사 때 수업이야."
"와우, 미국에서 내가 들은 수업이랑 거의 똑같은데!"
당연하죠. 한국 정치학과의 수업 구성 역시 미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덕분에 한국 석사과정에서 들었던 수업 및 노트가 도움이 된 적도 꽤 있었어요.
어떤 단계를 거쳐야 마법사가 될 수 있나
정치학 박사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뉩니다. 학교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북미에서라면 대체로 이러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을겁니다.
첫 번째 단계
첫 2년 동안 coursework를 거칩니다. 제가 속한 과는 학교 내 다른 박사과정에 비해서도 coursework가 빡센 편입니다 (미국 학위과정에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대체로 비슷한 대답이 나왔었습니다). 총 36학점, 즉 12과목을 2년에 나눠서 들어야 하는데 이 중 6과목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필수과목은 주로 방법론, 자기 세부 주전공(major) 과목의 core seminar, 그리고 부전공(minor) 과목의 core seminar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Core seminar란 '개론' 수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 세부전공에 관해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가장 표준화된 커리큘럼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수업은 보다 구체적인 주제(e.g., 안보, 정치경제, 동아시아 정치, 불평등 정치, 국제기구, 등등)를 갖고 진행됩니다. 필수과목 외의 나머지 12학점은 학과 규정에 맞게 본인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수업을 들으며 채우면 됩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한 학기 당 최소 3과목을 들어야 하며, 과목 당 수업은 주 1회 (3시간), 그리고 한 학기 당 수업 시수는 13주로 구성됩니다.
Coursework 과정은 곧 비판적 사고/글쓰기, 그리고 토론 (critical thinking/writing, discussion) 훈련입니다. 학생들은 할당된 리딩(e.g., 논문/북챕터/책)을 읽어야 하고, 수업 시간에는 정해진 주제에 따라 다양한 토론을 나누는 것이 주된 방식입니다. 과목당 매주 리딩 분량이 적게는 150페이지에서 많게는 300페이지까지 있으며, 3과목을 듣는다면 대략 매주 450-900페이지 가량 읽어야 합니다. 이 어마무시한 양을 소설읽듯 대충 눈으로 읽기만 하고 해맑게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은 곤란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비판적 읽기와 비판적 사고(critical reading and critical thinking)이기 때문이죠. 즉, 뇌를 후들겨 패면서 읽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매주 할당된 논문은 대부분 이를 관통하는 큰 주제나 질문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권장되는 읽기 방법으로는, 해당 주제에 대해 이론적 입장이 비슷하거나 대척점에 서 있는 연구를 구별하고,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왜 불평등은 지속되는가"라는 주제로 리딩이 구성되어 있다면, 어떤 논문은 거시 경제 구조에서 답을 찾을 것이고 어떤 논문은 각 사회의 역사적/문화적 요인에서 답을 찾을 것입니다. 각 연구들이 어떤 나라나 지역을 케이스로 삼아 분석을 하는지, 어떤 데이터에 입각하여 결론을 도출하는지, 그리고 그 결론이 말이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읽는 것이 '권장'됩니다.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학생들이 리딩을 하면서 자신만의 summary를 만들고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한 채 수업에 참석합니다.
수업 준비를 이토록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비판적 읽기와 사고를 했음을 토론을 통해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지만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해서 평생 그 언어를 '배운' 한국 학생들은 폭력적인 리딩 단계에서는 대부분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토론 단계에 접어들면 점차 낯빛이 우중충한 하늘과 비슷해지며 본인의 MBTI 성향과 관계없이 입을 굳게 닫고 싶어 집니다 (그리고 많이들 닫습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겸손이 미덕이고 침묵을 달변보다 더 높이 사는 경향이 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비판적 사고를 증명해야 하는 대학원 수업이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죠. 입 다물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으면 (과장 좀 보태서) 머저리인 줄 알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입을 열어야 하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 보는 교수와 동료들의 시선을 감내해야 합니다. 질문을 아무리 잘 준비해 와도 그것은 입을 처음 열 때만 쪼끔 도움이 됩니다. 추가 질문이 들어오고 내 생각에 대한 반박이 들어오면 애당초 입을 열었던 제가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행여나 덜 떨어진 질문 혹은 반박을 했다간 떨어진 새우깡 부스러기를 먹으려고 하늘과 땅에서 솟아 나오는 갈매기 떼처럼 여기저기 손가락이 허공을 찌르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발언권을 얻기 위해 검지 혹은 손을 가볍게 듭니다).
그렇다면 '대충 혀 굴리며 말 좀 하다가 3시간 때우면 되지 않느냐' 하실 수도 있지만, 교수들이 고스톱 쳐서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겠죠. 매주 학생이 얼마나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는지, 유의미한 발언을 했는지, 토론에 기여했는지, 등에 따라 점수가 매겨집니다. 학기 중반 즈음에 내가 얼마나 유의미하게 참여(그놈의 significant participation)를 했고 생산적인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중간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수업에 참여했던 한 미국인 학생은 입을 열었다 하면 최소 5분 정도는 발언권을 독점할 정도로 말이 많고 빠른 친구였습니다.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저는 제 리스닝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매일같이 슬퍼했더랬죠. 나중에 그 학생이 받은 중간평가 점수, 그리고 최종 성적은 꽤 형편없었습니다.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수다쟁이 미국인에 대한 이야기가 꼭 나왔었는데, 캐네디언들 입에서 "나도 걔가 뭔 소리 하는지 감을 못 잡겠어"라고 할 때 큰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요지는, 말만 잘한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읽고 말했으니, 이젠 써야 합니다. 한 수업 당 term paper/final paper를 최소 1개 보통은 2개 정도 씁니다 (운이 나쁘면 한 학기에 6개의 페이퍼를 써야하는 수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갈겨대듯 브런치 일기와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이 파이널 페이퍼가 그렇게 만만할 리가 없겠죠.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해야 할 analytic writing을 연습시키는 과정이기에 학술 논문의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합니다. 즉, 기존 연구 검토를 하고 어설프더라도 데이터 분석까지 해서 내야 하기 때문에, 며칠 끄적여서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파이널 페이퍼는 그 난이도를 고려하면 오래전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어디 인생이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나요. 매주 수업 쳐내기에 급급하다 마지막 파이널 페이퍼를 3개씩 몰아 쓰려면 정말 내 손가락이 글자를 토하는 기적을 볼 수 있습니다(퀄리티는 묻지 말아 주세요).
그 외, 수업의 성격에 따라 개인 혹은 그룹 프로젝트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습니다.
첫 2년 동안은 일상이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리딩을 하고, 수업을 가고, 과제를 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저는 그 기간 동안 상당한 압박을 느꼈어요. 몸이 아파도 아플 수 없고, 이번 주 수업을 헉헉대면서 쳐내면 다음 주 수업 리딩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아파서 수업을 결석하거나 약간의 양해를 구한다고 해서 학생을 쥐 잡듯 잡는 분위기는 절대 아닙니다 (그랬다간 고발당해요). 하지만, 매주 소화해야 하는 workload가 많기 때문에 한 주 펑크가 나면 그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물론, 이것도 저만 그랬을 수도 있어요. 동기 중에는 해당 주의 theme에 관심이 없다며 쿨하게 그 주 수업을 제끼는 친구도 봤어요). 북미를 기준으로, 정치학 커리큘럼은 어느 정도 표준화 되어 있다고 말씀드렸죠. 특히 필수 과목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석사 할 때 이미 접했던 리딩도 적지 않았지만 과목에 따라 아주 새로운 리딩도 많았어요. 이미 접했던 리딩은 다시 꼼꼼히 본다는 마음으로 임하며 저의 나쁜 기억력에 감탄했고, 새로운 리딩은 어려워 쩔쩔매면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리딩의 난이도가 아니었어요. EEEE의 성향을 탑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수업 분위기는 의외의 복병으로 작용했죠. 나름 수다쟁이 너굴이인데, 제가 말하는 모든 단어가 남에게 평가를 받고 점수화된다고 생각하니 종래에는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제가 무슨 말만 하면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메모를 해요. 고개를 많이 끄덕이면 안심이 되고 고개를 갸웃거리면 망했다 싶은 거죠. 말하기 전 엄청나게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말하려는 내용이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이끌어낼 것인가. 지금 이 교실에 앉아있는 것이 돌고래가 아니라 나여야 하는 이유를 보이기에 적합한 내용인가, 등등.
참고로 방법론 수업은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특히 quant 수업은 경제학과/통계학과 수업과 매우 흡사해요. 수업도 강의 위주로 이뤄지고, 매주 수학 숙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요? 학과에서 제공하는 quant 수업을 듣다가 빡쳐서 (왜 빡쳤는지는 나중에...) 경제학과 수업 청강을 하러 갔다가 경제학의 세계도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돌아왔기 때문이죠.
두 번째 단계
Coursework를 마치면 comprehensive exam을 준비합니다 (학교에 따라 이를 qualification exam이라 칭하는 곳도 있고, 한국에서는 '종합시험'이라고 부릅니다). 시험은 보통 2년 차 여름방학이 끝나고 3년 차 첫 학기 혹은 두 번째 학기에 치릅니다. 시험 과목은 학과의 규정상 주전공만 보는 곳도 있고 부전공까지 보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3과목을 봅니다. 제가 속한 과는 몇 년 전 규칙이 바뀌어 다행히 주전공 3과목만 보게 되었는데, 부전공까지 보던 시절에는 5과목을 봤다고 들었습니다 (아오...). 시험 과목은 학생이 정할 수 있지만, core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2과목에 한해서만 가능합니다. 나머지 2과목도 지도교수와 상의해서 본인이 들은 수업, 앞으로 연구할 방향 등에 맞춰 정할 수 있으니 아주 일방적인 시험은 아니라 할 수 있겠네요.
시험은 크게 필답 (written response) 및 구술 (oral defense)로 이뤄집니다. 필답 시험 방식은 같은 학교라도 과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방식은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sitting-down exam과 qualifying paper가 그것입니다. sitting-down exam은 말 그대로,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에 에세이 형식의 답을 작성하는 겁니다. Qualifying paper는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를 정리하거나 추후 연구계획서(proposal)에 쓰일 내용을 위주로 페이퍼를 작성하여 정해진 날까지 제출합니다. 제가 속한 학과는 이 2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하지만 학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긴 합니다. 3과목 모두 sitting-down exam으로 보거나, 2과목은 sitting-down으로 보고 나머지 1과목을 qualifying paper로 보는 방식으로 말이죠. Sitting-down exam은 한 문제당 2시간이 주어집니다. 학과에서 제공하는 랩탑으로 비어있는 교수 연구실에서 홀로 답안을 작성하고 이를 저장한 USB를 제출합니다. 저처럼 2문제를 친 학생은 총 4시간, 3문제 모두 sitting-down으로 치면 총 6시간 시험을 봅니다. Qualifying paper는 사전에 작성하여 sitting-down exam이 시작하기 전까지 제출합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각 시험방식에는 일장일단이 존재합니다. 3과목 모두를 sitting-down으로 처리하면 고통을 하루에 끝낼 수 있습니다. 주변의 사례를 보면, 경제학과/통계학과 등 수식을 많이 다루는 학과는 주로 sitting-down exam으로 하루 만에 시험을 끝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시험으로 바쁜데 qualifying paper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요. 문제를 주고 정해진 시간에 답안을 작성하게 하는 시험은 어떤 형태로든 암기를 기본으로 합니다. Sitting-down exam 전에는 머리에 뭐라도 하나 더 집어넣으려고 애를 쓰는데, 그 와중에 qualifying paper 작성에 공 들이는 것도 꽤 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어떤 주제로 할 지도 정해야 하고, reading list도 본인이 정해서 지도교수와 상의해야 합니다. 작성 후 proofreading 등도 미리 받아야 하는 등, 일이 많습니다. 보통은 3-4개월 정도 미리 준비하지만, 이게 '암기' 시험과 같이 맞물리면 은근 신경이 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3과목 모두를 qualifying paper로 작성하는 것이 마냥 좋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짝꿍의 학과나 제 친구들의 학과를 보면 qualifying paper를 3개 작성하는 것으로 comprehensive exam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취지는 좋습니다. 나중에 논문에 필요한 기존연구 검토를 지금부터 미리 하라는 아름다운 생각으로 만든 제도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 qualifying paper를 앞으로 다가올 다음 단계에서 잘 활용하는 사례도 있어요. 하지만 3과목 시험을 모두 paper로 작성하면 전체 과정을 완료하는 데에 드는 시간이 장난 아니게 걸립니다. 짝꿍의 학과 같은 경우 학생들 대부분이 comprehensive exam에만 1년에서 1년 반을 씁니다. 한 페이퍼 당 3-4개월을 잡아도 1년이 꼬박 흐르는 셈이죠. 물론 이렇게 힘들게 작성한 페이퍼를 연구에 잘 활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저 또한 한 과목을 qualifying paper로 작성했었는데, 중간에 주제를 조금 바꾼 탓에 해당 페이퍼가 즉각적인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은 훈련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제 주변의 경험을 통틀어 보건대, '시험은 시험이고, 연구는 또 별개의 연구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식을 따르건, 3과목에 대한 written response를 제출하고 나면, 1주일에서 10일 정도 뒤 구술시험 (oral test)을 봅니다. 지도교수와 주전공 과목의 chair, 그리고 qualifying paper reader가 모여 학생이 적은 답안을 토대로 2시간가량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은 아주 생뚱맞은 내용이 나오지는 않고, 학생이 적은 답안에서 부족한 부분을 위주로 물어봅니다. 혹시라도 written response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이때 만회할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방어하기에 바빠서 (그래서 defense인가 봅니다) 날아오는 질문에 생각하고 답변하다 보면 어느새 끝나 있습니다. 구술시험이 끝나면 학생은 잠시 밖에서 대기합니다. 내부적으로 5-10분 정도 토의를 거치고 학생이 comprehensive exam을 통과했는지 여부를 알려줍니다.
시험이니 당연히 모든 사람이 합격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 박사 과정에서 이 '종합시험'의 취지는 킬러문항으로 학생을 암살하는 것과 거리가 멉니다. 이 학생이 박사과정생으로서 다음 훈련에 참여할 능력이 되는지를 보는 것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종합시험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추세가 여기저기에서 보입니다. 차라리 입학 과정에서 심혈을 기울여 뽑고 잘 키워서 끝까지 데리고 가자는 입장을 취하는 교수들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길고 지난한 박사과정에서 입학한 모두가 박사 학위모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훈련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혹은 훈련에서 잘리는 경우가 생기지요. 종합시험도 시험이니 'fail(불합격)'이 존재합니다. 납득할만한 능력치를 보이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학생을 불합격처리 합니다. 한 번의 기회를 더 제공하지만 두 번째 시험에서도 낙방하면 얄짤없이 짐 싸서 '선수촌'을 떠나야 합니다.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이 두번째 단계에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세 번째 단계
Comprehensive exam를 마쳤다면 prospectus/proposal defense라는 다음 관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설정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종합시험을 통과하고 12개월 안에 연구계획서(prospectus)를 작성해서 defense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박사후보생(phd candidate)이 됩니다. 무슨 연구를 할 것인지 간단히 말로 썰 좀 풀어서 제출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글 같은 이 세상에서 하이에나 같은 교수들이 그걸 용인할리가 없죠. 그래서도 안 되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학생이 어떤 연구를 할 계획이고, 어떤 질문을 던져서 어떤 가설을 제시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서 그 가설을 입증할 것인지,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할 건지, 필드워크를 가야 하면 어떤 계획이 있는지, 등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위에서 나열한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하려면 꽤 많은 작업이 필요합니다. 읽고 쓰고 데이터를 모으고, 심지어 필요하면 현지조사(fieldwork)를 이 단계에서 벌써 나가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게 해서 얻은 답을 연구계획서에 차곡차곡 넣습니다. 학술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논문의 양식으로요. 이제 본격적으로 지도교수와 연구 이야기를 나누고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받습니다. Committee member도 2명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주제의 적합성, 방법론, 인간성(중요합니다, 매우) 등을 고려해서 섭외하고 공식적인 논문커미티(Dissertation committee)를 꾸려야 합니다.
이 단계의 성격을 한 줄로 규정하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이런 주제로 연구를 할 텐데 말이 되는지 들어봐 주십시오' 하는 것이죠. 맞아요, 연구를 마무리 지은 것이 아니라 연구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비유로 알려드리자면, '나는 달나라로 가서 치즈로 된 분화구를 먹을 계획인데, 같이 갈 멤버는 그로밋이고, 챙겨갈 준비물은 담요랑, 크래커랑, 차 주전자랑, 뜨거운 물, 딸기잼, 그리고 포크 나이프이고, 우주선은 이케저케 만들어서 모월 모시에 출발할 거야!'와 같은 것이죠 (참조: 월레스와 그로밋, https://www.youtube.com/watch?v=T0qagA4_eVQ). 달나라에 가는 것은 연구의 목적이고, 거길 어떻게 가겠다는 것인지 그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prospectus defense입니다. 그럼 교수들이 판단을 합니다. '그로밋만 데려가지 말고 달나라이니만큼 토끼도 하나 데려가라', '크래커는 세 가지 종류로 챙겨봐라', '우주선 만들 때 재료는 뭘 쓰는 게 좋겠다', 혹은 '딸기잼 보다 오렌지잼이 좋지 않겠냐', 뭐 이런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이렇게 prospectus/proposal defense를 마치고 커미티의 승인을 받으면 정식으로 박사후보생 (phd candidate)이 됩니다. 여기까지 오면 보통 3년 차 말 혹은 4년 차 초반 정도에 접어듭니다. 그 말인즉슨, 박사 학위 과정에 들어오고 3-4년 차가 되어서야 겨우 자신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뜻이죠.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단계까지 오면 멘털은 이미 다 털려서 많은 학생들이 집에 가거나 여행을 가는 등, 재충전을 위해 사라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coursework이 지나치게 힘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2년씩이나 학생을 - 그것도 대학원생을 - 수업에 묶어둬야 하는지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자기 연구를 해야 할 단계에 오면 자기 관심사가 아니었던 수업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만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박사 연구란 것은 사실 대단히 지엽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한 영역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목표로 하는 coursework을 오래오래 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필수과목이라는 이름 하에 학생의 수업 선택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듣고 싶은 수업을 맘껏 들으며 연구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학과 내에서 학생이 원하는 수업이 충분히 개설되지 않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 부분은 아마도, 들어야 할 수업은 많고 요건은 까다로운데, 정작 학과 내에서 들을 만한 수업이 충분치 않아 생긴 저의 화남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뾰족한 말이 나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학과의 박사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coursework에 큰 불만이 있는 경우는 별로 없더라고요... 훌쩍). 그렇다고 해서 coursework이 없는 것을 선호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것 또한 쉽게 답변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지엽적인 연구만 해서는 다른 지엽적인 연구를 하는 '선수'들과 원활환 의사소통을 하기 어렵습니다. 연구 주제는 다르더라도 학술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은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게 훈련을 받기 때문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주제라 하더라도 해당 연구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core 영역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훈련을 하는 coursework 과정이 마냥 무의미하다 볼 순 없습니다.
네 번째 단계
대망의 마지막 관문은 final oral defense입니다. 박사 논문을 완성하고 내부/외부 심사위원에게 승인을 받는 단계입니다. 물론 이 단계까지 오려면 phd candidate이 되고도 2.5년에서 3.5년 정도의 시간을 더 써야 합니다. 2.5년이면 사실 빠른 편이고, 제 동기 중에서 가장 빨리 졸업한 친구가 phd candidate이 된 시점으로부터 딱 3년을 더 채우고 final defense를 했습니다. 이전 단계에서 연구계획서 승인을 받고 나면 (몸과 마음을 추슬러) 데이터 분석, 필드워크, 논문 작성, 등 정말로 연구자의 연구를 위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갖은 노력과 고생 끝에 논문 챕터를 작성하면 먼저 논문커미티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후 학교 외부 심사위원 (external examiner)을 초빙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됩니다. 이 시점부터 대략 4개월 정도 각종 피드백, 수정,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행정절차를 거칩니다. 수 많은 이메일을 주고 받고 썼던 글을 수정하고 또 쓰고 그 짓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게 반복하다보면 최종 final defense 날이 옵니다. 이 날은 학생의 연구 하나를 위해 꽤 많은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지도교수를 포함한 논문 커미티 3명, 학과 내 심사위원 1명, 학과 외부 심사위원 1명, 그리고 학교 외부 심사위원 1명 - 심사를 위해 총 6명이 모여 이 연구가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등을 논의하고 합격/불합격을 결정합니다. 이 과정은 사실상 내부 의사소통을 다 거치고 행하는 마지막 절차이기 때문에 아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학생 입장에서는 긴장이 많이 되겠죠. 심사위원들이 승인한다면 마지막 최종 수정을 하고 학교에 논문을 제출합니다. 최종 제출 승인을 받으면 학교에서 completion letter를 발급하는데, 이는 이 길고 긴 여정을 드디어 마쳤다는 증표입니다.
마지막 네번째 단계에서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재정 문제가 생각보다 큽니다. 보통 장학금이 슬슬 끊길 시기가 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수업조교 혹은 연구조교 일을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합니다. 슬프게도 논문을 쓰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돈을 버는데 돈을 벌다 보면 논문이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이 단계를 위해 미리 저축을 해 두고 막판에는 연구에 집중한다든지 여러 가지 방안을 활용합니다. 불행하게도, 살인적인 집세와 물가를 자랑하는 도시에서는 그마저도 불가능합니다.
또한 연구계획서를 달나라에 그로밋과 함께 떠나는 것으로 제출해서 승인을 받았지만, 실제 연구에 착수해 보니 달나라가 아닌 화성으로 목적지를 바꿔야 한다거나, 그로밋이 죽는다거나, 알고 봤더니 치즈인 줄 알았던 달의 분화구가 빵 덩어리였다 거나, 등등 별의별 일이 다 생깁니다. 처음에는 내 연구계획서가 철옹성처럼 단단하여 그대로만 실행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살다 보면 불변의 존재 따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주제가 바뀌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한 선배는 이렇게까지 말하더군요. 공부를 하다 보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고 세상도 달라지는데, 어떻게 처음의 그 상태에 머무를 수 있겠느냐고요. 박사 연구가 1-2개월 안에 나오는 것이 아니니 시대 변화에 따라 주제가 바뀌는 것도 당연하고, 주제는 그대로지만 구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어느 정도 방향을 틀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이해하는 척하며 나에겐 생기지 않을 일이라 여겼건만, 제가 그 과정을 다 겪어보니 이젠 잘 알겠습니다. 세상에 절대 불변의 것이란 '절대' 없다는 점을요.
방법론도 마지막 과정의 스피드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통상적으로 quantitative를 하는 동료들은 qualitative 방법론을 메인으로 삼는 동료보다 조금 빨리 졸업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qualitative는 fieldwork에 비중을 두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제3외국어를 잘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또한 생판 모르는 곳에서 현지 조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고 네트워크 쌓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가서 연구를 수행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펀딩을 따야 하는 것, 등등 제반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quantitative는 숫자놀음이라 좀 더 쉽고 빨리 끝낼 수 있는 것이냐, 하면 그게 절대 그렇지가 않아요. 숫자놀음을 그럴싸하게 하기 위해 경제학/통계학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그걸 쌓기까지 시간이 또 걸립니다. 데이터를 구하는 것도 일이지만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연구 주제라도 그냥 엎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구해서 분석에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어떤 모델을 활용해서 분석을 할 지에 따라 해당 모델과 방법론 이론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등, quant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세하게 공을 들여서 길고 긴 이야기를 썼는데, 결국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이야기만 반복하는 느낌이네요. 하긴 뭐, 산다는 것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며 글을 쓰다 보니, 당시에는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일도 이제는 희미하고, 당시에 큰 확신을 갖고 시작한 일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앞에서 무릎이 꺾이던 장면들이 머릿속을 헤엄칩니다. 그래도 다 지난 일이라 그런지 제 말에서 감정이 한 국자 덜어진 측면은 있네요. 그저 좋은 줄 알았던 것이 다 좋지도 않았고, 나쁜 줄 알았던 것들이 다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영국 학제와의 차이
영국 학제에 대해서는 제가 이렇다 할 말씀을 드릴 계제가 아닙니다만, 제 지인들 중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사람들은 정말 빠르면 3.5년, 통상 4-5년, 아주 길어야 6년 내로 학위를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현재 북미 정치학 박사에 걸리는 평균 년수는 6.5-7년이고 세부 전공/방법론 등에 따라 8년도 드물지 않습니다). 학제에 있어서 영국과 북미는 큰 차이가 있는데요. 일단 영국 박사 프로그램은 coursework가 없거나 있더라도 최소한의 요건만 둔다고 합니다. 박사 과정에 들어가자마자 본인의 연구에 바로 돌입할 수 있는 환경인 것으로 알고 있고요. 따라서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알아서 찾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네요. 북미 시스템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3년차 말 혹은 4년차 초에 시작하는 것에 비해 시작점이 빠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영국 학제를 따르면 박사 2년 차 혹은 늦어도 3년 차 초에 이미 연구계획서에 대한 승인을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comprehensive exam은 없고, proposal defense도 없거나 아주 최소한의 요건(지도교수 및 커미티 멤버와의 미팅)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논문 작성을 마친 후에는 final defense에 준하는 절차를 밟고 internal/external committee의 승인이 나면 박사 학위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건 시스템의 차이라서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고, 각 학제마다 장단점은 분명 존재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자, 이제 정치학 선수가 되기 위한 훈련에 대한 개괄적 설명이 어느 정도 전달되었길 바랍니다.
앞으로 각 단계마다 저는 어떤 훈련을 받았고, 어떤 고비를 넘겼으며, 어떤 얼탱이 없는 일을 맞이했는지, 그리고 그 와중에 어떤 기쁨과 웃음을 차곡차곡 저장해 둘 수 있었는지, 진짜 저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