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게게 보내는 편지' 中에서
당신은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무엇보다도 당신이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아무도 당신에게 충고를 하거나 도와줄 수 없습니다.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단 하나의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십시오. 당신에게 글을 쓰라고 명령하는 근거를 찾아내십시오. 그것이 당신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펴고 있는지를 살펴보십시오. 글쓰기를 거부당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는지를 스스로에게 고백해 보십시오. 무엇보다도 먼저, 당신이 맞는 밤의 가장 고요한 시간에 ‘나는 쓰지 않으면 안 되는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마음속을 파헤쳐 들어가서 깊은 대답을 찾으십시오. 만약 대답이 긍정적이라면, 만약 당신이 이 진지한 물음에 굳세고도 단순하게 ‘나는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대답할 수가 있다면, 그때에는 당신의 생활을 이 필연성에 따라 구축하십시오.(주1)
젊은 시인 카푸스가 자신의 시가 좋은지 어떤지를 묻는 편지를 보내자 릴케는 답했다.
편지의 앞부분에서 카푸스의 시에 대해 ‘독자성이 없지만, 개성적인 것이 될 수 있는 은밀한 소질이 내포되어 있다’라고 날카로운 칭찬을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당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라’고 이야기한다.
몹시 돌직구를 날린 셈이다.
“정말 절실하게 썼냐, 글에 진심이냐, 아니면 다시 바닥부터! “라고.
나는 (아직) 시인이 아니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지 10개월 차다.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는 필연성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종종 버겁고 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11월에 『엄마의 유산』으로 작가 데뷔한다는 큰 꿈이 나를 이끌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나는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 고독의 시간 속에서 문득 릴케의 한 문장이 찾아왔다.
‘그러므로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그것이 아름다운 비탄의 소리를 내며 당신에게 주는 고통을 견디십시오. 왜냐하면 당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멀게 여겨진다고 당신은 말합니다만, 그것은 당신의 주변이 넓어지기 시작한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가까운 것이 멀리에 있다면, 당신의 영역은 이미 별들 사이에까지 퍼져서 실로 커다란 것입니다.’ (주2)
고독은 우주를 무대로 한다.
고독 속에서 우리는 우주와 대화를 나눈다.
그 순간, 우주는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과 맞닿는다.
그리고 나는 릴케가 말한 찬란한 고독을 만나 황홀하다.
(주1), (주2)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문예출판사, 2004.
(주3) 그림 출처 : [분당화실] 서양화 색채의 음유시인 앙리 마티.. : 네이버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