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12월 32일
12월 32일 (자이살메르)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사이에
오롯이 어떠한 감정을 느껴야
행복하다 할 수 있는가
고독하다 할 수 있는가
나는 기쁘다 하여 슬픔이 없지 아니하고
슬프다 하여 행복하지 아니하다고 할 수 없다
별을 헤인 다는 말이
손끝이 가리키는 곳이 어딘지 안 날
자는 것조차 마음의 사치라
바른 자세로 하늘만 바라봤다
별이라는 점들끼리 선을 긋고 긋다
무엇인지 모를 것들을 그렸다
나도 모르고 그대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혼자 있기 싫어 깨우기라도 하듯
차가운 바람이 바람이 얼굴을 스치다
3번의 꿈에서 깨었다
잊을 수 없는
3번의 꿈같은 장면들
첫 번째 장면은
너무나 밝은 풀문이었는데
어찌나 밝았는지 내가 여전히 꿈에서 헤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을 밝음이었다
백야처럼
두 번째 장면은
눈앞 가까이까지 내려앉은
너무나 선명한 북두칠성이었고
세 번째 장면은
태양만큼이나 커다랗고 붉은
보름달의 안녕
죽을 때까지
다시 경험할 수 없을 만큼의 최고의 순간들
다신 그럴 수 없을 것만 같아 꿈만 같은
꿈이라면 깨질 않길 바라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대로 받은 것만 같다
천천히 붉은 달이 기울고
반대편에서 약속이나 한 듯
푸른 어둠 속에서 하얀 미명이 튼다
모든 순간이
최고의 순간들
단 하나도 놓칠 수가 없는
정말 아쉬운 것은
내가 아는 어떠한 단어나 어휘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가 없음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사막의 아침도
짜이로 시작을 하는
이곳은 꿈이 아니라
인도임을 다시 각인시켜준다
모래도 씹히고 재탕된 것이라 맛도 별로 였지만
분위기만큼은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다
굿모닝
침낭을 아무도 준비해 오지 않았던 외국 친구들
시베리아에서 비박을 했나 할 만큼 오들오들 떨며
모두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했다
최고의 멋진 밤이었지만
최고로 추운 밤이었다고
평생에 단 한 번이면 만족을 한다며
두 번 다시 하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지만
유쾌하며 웃음이 만발하니
메리 크리스마스다
어제와 똑같은 메뉴
가벼운 아침을 하고선
낙타에 짐을 꾸려 한참을 뒤돌아 걸었다
너무나 조용하고
고요한 사파리
자연 속에 동화를 걸어
현실로 나오니
지난날이 정말로 꿈만 같았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하루간의 동고동락
못내 아쉽다
해피 크리스마스를 말하고
그렇게 동시간 다른 공간으로
안녕을 했다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밀도가 높아진 자이살메르
크리스마스를
버스 안에서 기차 안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일지라도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기웃기웃
저렴하지만 뷰가 좋은 숙소를 잡고
짐을 푼다
첫날의 자이살메르와 비슷한 관경이
따라와선 또다시 옆집에서 목격이 된다
짧은 신음소리가 반복적으로 이명과 함께 들렸다
산부인과가 없는 있겠지만 본 적이 없는
아기를 낳는 산통 정도라 가볍게 여겼다
이틀 전에도 이랬었는데 뭐냐고
숙소의 젊은 사장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어봤다
가볍다 라는 물리적인 낭창거림이 부끄럽게
무거운 얼굴과 슬픈 눈으로 대답을 했다
이틀 전에는 할배가 죽었고
오늘은 젊은 영보이가 죽었다고..
그제야 그의 무거운 표정을 이해했다
방에서 들은 짧은 신음소리는
애기를 만날 거라는 기쁜 아픔의 소리가 아니라
애기를 가슴으로 품는 슬픈 소리였기에
괜히 가볍게 물어본 게 죄스럽고 숙연해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의는 그저 조용히
그의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어주는 것뿐
그것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오늘은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인데
오늘은 소중한 누군가들이 떠난 날 이기도 하다
함부로 애틋하게
크리스마스가 해피하다고만 하지 못 하겠다
그 누군가들은 또 크리스마스가 떠나간 그들을 기억하는
세드 크리스마스가 될 테니
현생에서 제일 슬픈 말은 끝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모든 시작엔 끝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글픈 말
안녕과 안녕 사이에 서있는 말
루프탑에서 바란 본
자이살메르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고 있다
그렇게 나라는 중심에서
짧지만은 않은 잠이 들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이곳의 썸머 크리스마스는 절정이다
캐롤 따윈 없지만 샌들에 산타모를 쓴 인도인들
모순적이지만 묘하게 어울린다
어릴 적처럼 기다려지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었지만
모래바람 가득 찬 샌드 썸머 크리스마스
하늘을 올려다보면
예수님이 탄생했던 곳으로
별똥별 하나 굵게 떨어질 듯한 맑은 날
여러 감정들 사이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성탄절
살아있음에 더 간절한 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