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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May 11. 2022

하나만 될 수 있다

나로 산다는 것

유튜브를 보다가 문득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유튜브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았다. 성공 이야기를 다룬 동영상을 보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성공 세상으로 나를 이끌었다. 알고리즘이 이끈 세상 속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가득했고, 그들과 비교하며 바라본 나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했다.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과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는 왜 잘하는 게 없을까?"라는 결론에 이르게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난 현재의 삶에 꽤나 만족하고 있었다. 원하는 일을 하고, 농사도 시작했으며, 어제와는 다르게 조금씩 성장해가는 스스로가 멋졌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며 영상 속 인물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다 보니 어느 순간 좌절 모드가 시작된 것이다. 비교는 후회를 부른다는 어느 책 속 글귀처럼 비교로 시작된 생각 끝에는 나를 향한 자책만이 가득했다.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밭으로 향했다. 밭에는 지난 주말에 심은 고구마가 까만 비닐 위에 머리만 내놓고 있었다. 그 옆에는 콩을 심을 자리가 남겨져 있었다. 각자의 역할과 각자의 계절에 피고 지는 식물들.


고구마를 심는 시기는 지금이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 그 이후에 심는다면 제대로 자라나지 못한다. 이번에 심은 고구마는 120일 고구마다. 120일간 잘 자라나면, 4달 뒤에 수확을 할 수 있다.


콩의 심는 시기는 6월 초순에서 말까지다. 콩 역시 그 시기를 놓치면 수확이 어렵다. 이렇게 각 계절마다 각자의 시기가 있고, 저마다 열리는 열매가 다르다.


고구마가 콩을 부러워한다 해도 고구마는 콩이 될 수 없다. 고구마는 고구마로 태어났으니까. 고구마가 할 수 있는 건 가장 고구마답게 자라나는 것이다.


나 역시 나답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함에도 자꾸 잊는다. 주변을 보느라 내 정체성을 잊는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여러 가지가 될 수 없고, 오로지 나라는 존재로서 하나에 집중해야 함에도 주변을 곁눈질하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잊는다.


한 번에 하나, 나의 계절에 초점 맞추기.

120일 간 고구마의 성장을 보며, 나의 성장일기도 다듬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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