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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Oct 13. 2023

식탐 아닌 독탐

오늘도 책을 읽는 중입니다

"많이 읽어라. 그러나 많은 책을 읽지는 마라.” 미국의 정치인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이라고 한다. 통계를 보며 언뜻 생각하기를 ‘5권을 읽으면 평균 이상인 건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많은 책” 보다는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거다.


책 욕심이 많은 1인으로, 서울에 근무할 때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자주 갔었다. 하지만, 농촌으로 이사를 오며 서점에 갈 기회가 많지 않다. 갈 수 있는 곳은 동네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 전부다. 서점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하고자,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최대 권수인 5권을 빌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이기도 했다. 많이 읽는다는 나름의 뿌듯함 같은 거다.


이런 뿌듯함은 [역행자]의 저자 자청의 강연을 들으며 깨졌다. 자청은 책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책을 읽는 이가 많다. 그럼에도 왜 그는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일까? 내 주변에만 특별하게 책 읽는 사람이 많은 걸까? 책을 읽으면, 지혜의 눈이 열린다는데, 왜 내게는 지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


이런저런 의문을 품으며, 자청이 말하는 “읽다”의 정의에 대해 되새겨 보았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에 “읽다”의 정의를 찾아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읽다’의 정의를 살피니 2개 정도로 추려졌다. 2개의 정의를 번갈아 보다, 자청이 말하는 ‘읽다’의 정의와 내가 익숙했던 “읽다”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읽다. 글이나 글자를 보고 그 음대로 소리 내어 말로써 나타내다.


읽다.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다.


지금까지 책을 읽던 습관을 돌아보면, 읽었지만 읽지 않고 있었다. “읽는다”의 행위에 빠져, 뜻을 헤아리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자청이 말하는 ‘읽는다’는 ‘눈으로 보다’가 아니라 ‘헤아려 알다’를 의미함을 깨달았다. 음식을 탐하듯, 책상 위에 잔뜩 쌓아 놓은 책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부끄러움과 함께 마음속에 스며든 것은 식탐이 아닌, 독탐이다. 이것저것 먹는 게 아닌, 좋은 책의 알찬 내용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읽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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