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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Jun 07. 2024

내게 하자가 있다!?

앙(仰) 이목구심서Ⅱ-45


여기는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대강당이다.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에 왔다.

해마다 8시간씩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으로

올해는 함양에서 하는 교육에 참석한다.


하늘은 풋자두처럼 짙푸르고, 바람이 짧은 머리카락을 빗질하듯 지나가니 시원하고 상쾌한 아침이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어디라도 가고픈 그런 날이다.

'그런데 보수교육이라니ᆢ'

'부서진 곳을 고친다고?'

'나한테 어디 하자가 있단 말인가?'

'무엇을 보수한단 말인가.'


사전에는 '건물이나 시설 따위의 낡거나 부서진 것을 손보아 고침'이라 말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내가 낡았으므로 수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세월에 느슨해진 근육으로 삐그덕거리고 헐거워지 일상을 떠 올려보았다.

운전하는 내내 이런 상념들이 네 바퀴에 밟혀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따라왔다.

교육 중에 강사가 김창옥 씨의 말을 소개했는데 큰 위안을 준다.

"예수님도 이천 년 동안 노력했으나 세상은 아직도 어둡다."

"예수님도 안티가 있었다."

성인이며 하느님의 아들조차도 호불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에 대한 비판은 밤과 낮처럼 당연하다.

각자에게 안티가 있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딘지 부족하고 불완전하더라도 그런 나를 인정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도 괜찮다고 자주 마음을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중간중간에 강사는 질문을 던지거나 반응을 묻기도 한다.

다수의 동료 복지사들은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고 의견을 표출한다.

자연스럽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한 번 웃고 지나갈 뿐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가.

죄지은 것도 없는 데 당당하지 못하다.

의견을 소신 있게 드러내는 데 주저주저하다 때를 놓쳐버린다.

이리저리 재거나 망설이다 비겁해진다.

동참하지 않고 그저 방관자로, 구경꾼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다.

부끄러웠다.

언제부터인지 자꾸 숨으려 한다.

드러나지 않게 뒤처져 있다가 조용잊혀지고 싶다.

주목받는 게 부담스럽다.

자신감 없이 수줍어하며, 남 앞에 서기보다는 한발 물러나 있고 싶다.

책임지고 싶지 않다.


최소한 소신을 가지고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나 자신이 아닌가.

내가 가진 장점도 분명히 있다.

어쩌면 더 많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예수님조차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았다.

나는 유일한 존재다.

살아 있을 때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자.


오늘 교육이 나를 고치고 개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고 보니 진실로 보수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해야 될 사람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쳐야 바뀌고 성숙해질 자격이 있다.


교육이 끝나고 함양의 맛집이라는 화덕피자를 한 판 사가지고 집에 왔다.

아내의 얼굴이 피자처럼 동그래진다.


지리멸렬한 삶이라면 리셋버튼을 눌러야 다.




큰까치수염과 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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