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얼마 전 태니지먼트라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강점 검사'를 받았어요. 회사 혹은 조직 안에서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검사인데요. 저의 강점은 '완성'과 '추진'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즉, 근면하게 목표를 성취하며 하기로 한 일을 제대로 집중하여 해내는 사람이라는 건데요. 반면 '창조'와 '동기부여'는 약점으로 나타났죠.
회사 안에서의 저라는 사람을 꽤 잘 드러내주는 결과 같았어요. "수진님 이것도 해줄 수 있어요? 이것도요? 이것도요?" 하며 끝없이 일이 쏟아져도 저는 어떻게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완성해냈거든요. 그래서 회사에서 겪은 대단한 '실패'의 경험이 별로 없죠.
실패한 적이 없다는 건, 그만큼 도전적이고 새로운 일에 부딪혀보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해요. 해야 할 일들에만 파묻혀 살다 보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여유가 없었고, 오직 마감 일정만이 저를 움직이는 동기였어요. 이전에 없던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얻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저도 모르게 방어 태세를 취하게 됐어요. 그렇게 벌여진 일을 추진하고 실행할 사람은 결국 또 내가 될 게 뻔하니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그리 달갑고 반갑지만은 않았죠.
저의 이러한 강점과 약점은 본래 갖고 있는 성향과 지금까지 거쳐온 환경으로 만들어진 총합일 거예요. 실제로 저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 봐 두려움이 더 큰 사람이고, '창조'나 '동기부여'보다 '스피드'와 '성실함'을 더 중요한 가치로 배우며 자라온 사람이니까요. 이러한 저의 약점을 바꾸고 싶어도 오랜 시간 만들어져 온 약점이 쉽사리 변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저에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들거나, 약점을 인정하거나. 저는 일을 추진하고 완성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도가 트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어려운 일을 맡음으로써 그것을 추진하고 완성해 내다 보면 저는 언젠가 완성하지 못할 게 없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또한 제가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하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얻는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 사람임을 인정해야겠죠. 무엇이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니까요. 새로운 것을 잘 창조하는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따라다녀 보기도 하고, 그들은 어떻게 동기부여를 얻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면 그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들과 적대관계가 아닌 건강한 협업관계가 되겠지요.
기억해야 할 것은 이 결과가 고정값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세상에 영원한 강점도, 극복하지 못할 약점도 없다고 믿거든요. 전 오늘도 '동기부여'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완성'이라는 강점 덕분에 오늘의 일글레를 무사히 발송 완료하여 기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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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