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에서나온사람 Aug 13. 2022

하나의 영화 두 개의 미술

[애니메이션 배경 미술]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시놉시스

결혼 10년차 부부 최정환과 강유진. 계속되는 시험관 아기 실패로 유진은 지쳐있다. 그 사이 천재 의학박사 김삼신은 남성 임신 기술을 연구하여, 대중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정환은 유진의 성화에 못이겨 김삼신을 찾아갔다가 얼떨결에 코가 꿰이고 만다. 임신을 시키려는 여자와, 안 하려는 남자, 그리고 두 사람을 둘러싼 최씨 일가 구성원들의 상반된 반응. 과연 정환은 남성 임신을 하게될까?



이 영화의 시공간이 대체 어딘데,
남성 임신 기술을 이야기 하는가?

 



2030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공간에서 남성임신을 다루고 싶었. 기획 초기 단계에는 이런 이야기를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질문도 받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가 '김삼신(三神) 박사' 캐릭터가 나왔다. 이후, 삼신에 걸맞는 특별한 공간과, 그에 따른 미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삼신 박사의 진료실을 무당집처럼 꾸며 놓으면   것일까?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스틸 컷 (좌: 주인공 부부의 집 / 우: 김삼신 박사의 진료실)



애니메이션은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실사 영화 (live-action)로는 만들기 어려운 이야기를 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에는 그렇게 의인화된 동물, 현실이 아닌 세계가 많이들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넣어보자! 나에겐 삼신(三神)이 있지 않은가?! 2030년 대한민국과는 아예 다른 시공간을 넣기로 했다.


무릉도원과 지옥.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스틸 컷



아시다시피, 기본적으로 <안임신>의 미술은 과감한 편이다. 삼신 진료실은 벌겋고, 병원 로비는 시퍼렇다. 그런 상황에서 비현실 공간의 배경미술이 돋보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러가지 고민 끝에, 아예 새로운 미술 작가를 데려오기로 했다.



2021년 8월 20일 김모니카 작가님과의 다이렉트 메세지



운이 좋았는지 이번에는 단번에 존잘을 영입했다.







작가님과의 첫 미팅. 포트폴리오를 같이 보면서 컨셉을 논의했다. 작업 방식과 비용에 대해서도 확정지었다. 영상 제작까지 요청드리고 싶었지만 제작비가 거기까진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100% 수채화 작업을 요구했다. 결론적으로, 김모니카 작가님은 <안임신> 비현실 공간의 미술감독으로서 제작에 참여해주셨다.


첫 미팅 후 작가님의 컨셉 스케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6장 길이의 레포트(?!) 가 가장 먼저 공유 드라이브에 올라왔다. 시나리오에 대한 작가님의 감상과, 레퍼런스 자료, 앞으로의 작업 계획을 글로 정리한 문서였다. 이 정도로 철저한 분석과 계획하에 이루어진 작업이 안 좋을리가 없지.



김모니카 작가의 컨셉 스케치 (좌: 무릉도원 / 우: 임신지옥)



흑백 스케치를 확인한 다음, 컬러 참고 자료를 넘겨드렸다. 무릉도원은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으로, 지옥은 무조건 벌겋게. 우리는 컬러를 디지털로 한 번 올려보고, 바로 수채화 작업으로 넘어갔다. 이제부터 정말 지난한 작업이 시작된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려면 모든 개체를 하나씩 따로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많은 낱장 그림을 스캔 받아서 하나 하나 누끼를 땄다고 생각해보라..!






김모니카 작가님께 받은 최종 결과물은 개체 레이어 하나하나 살아있는 포토샵 합본 파일이다. 이제 끝났나?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일단 개별 그림을 가지고 원화가님께 가져갔다. 동화는 진행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움직임을 원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원화가 선생님께 딱 한 말씀만 드렸다.



컷아웃 애니메이션 처럼 뚝딱거리게 만들어주세요.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지옥도 개별 컷아웃 애니메이션




무릉도원의 식물들은 일부러 세로로 긴 형태로 디자인해달라고 했었다. 황금 막내 스태프 세림씨는 거기에 하늘하늘한 움직임을 더해주었다. 이왕이면 폭포도 움직이면 좋겠다 싶어서 폭포 부분만 더 그려서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렇게 남한테 다 시키기만 하고!
대체 감독은 뭐 하는 사람이야?!

 



면목이 없다. 그래서 비현실 공간만큼은 내가 합성 했다. 우선, 공간을 여러 층위로 쪼개어 3차원으로 펼친다. 그런 다음, 레이아웃과 카메라 움직임을 만족할 때까지 무한정으로 고치면 된다.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무릉도원 _ 애프터이펙트 작업화면



이제 완성 된 것인가?!




솔직히 아직도 고치고 있다. 매번 문제점이 보이고 그럼 그 때마다 고쳐야 한다. 제작년에 애니메이션을 처음 만들었을 때, 제작 스탭에게 계속해서 되물었었다.




진짜, 이렇게, 정말로, 일일히
다 그려야 한다고?
뭔가 쉬운 방법이 있는 거 아니야?



언니, 애니는 원래 그런거예요!
그냥 해요!




아주 긴 시간동안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주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인데, 영화제에 몇 번 상영되고 끝나게 놔둘 순 없다. 그래서 브런치도 열심히 쓰고 있는 것이다. 근데 잘 모르겠다. 소용이 있는지. 그치만 한다.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무릉도원 미술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임신지옥 미술







- 다음에 계속 -

매거진의 이전글 현실 끌고 들어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