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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Dec 15. 2019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어느 누가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언니'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나보다 세 살 많은 언니는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심할게 다그쳤다.
본인도 아이였던지라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어린 동생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심했던 언니를 옆에 둔 나는 무척이나 괴로웠다. 언니는 본인의 강박적 기준 안에 나를 포함시켰고 조금이라도 내가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굉장히 다그쳤다. 문제는 다그칠 때의 언니의 말투와 표정이 굉장히 혐오스러운 것을 바라볼 때의 그것이었다는 것이다.

몇년 전 언니에게 '내가 자존감이 낮은 이유는 언니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언니는 나 때문에 자신의 자존감이 낮아졌다 하더라.
각자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관점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가 하고 놀랐었다. 

요즘 건후에게 '하지마 하지마' 하는 나은이를 보면 언니가 이해도 되고,
답답해 하는 건후를 보면 감정이입돼서 같이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 때 언니가 나은이처럼 건후에게 '하지마 하지마' 한 후에 다시 안아줬더라면 이렇게 언니가 싫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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