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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Jan 10. 2020

잃어버린 열쇠

나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공포

유치원에서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아무리 엄마를 불러도 엄마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나는 대문 앞에 서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골목길을 지나가던 어떤 아이 엄마는 나에게 무슨 일이냐 물어보며 우는 나를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가던 길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냐 물어보는 아이 엄마에게 나는 꺼이꺼이 우느라 대답도 못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골목길 끝에서 깜짝 놀란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그 극적인 시간에 가장 안도한 건 나를 지켜보던 몇 무리의 동네 사람들이었다.
엄마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시간부터 엄마가 나타난 시간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어린 나는 그 시간이 천년만년 같았다. 나는 그 시간 동안 엄마를 잃은 버려진 아이 었으며, 세상을 잃었으며, 미래를 잃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열쇠를 잃어버린 그 날, 다시는 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나의 세상은 또다시 열쇠와 함께 사라졌다. 열쇠를 찾을 방법은 없었고 세상을 돌려받을 방법도 없었다. 
그때 담임 선생님은 다른 방법으로도 세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잃어버린 열쇠는 찾을 수 없을지라도 다른 방법으로 엄마를 만나고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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