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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은 Jul 12. 2024

중년으로 사는 연습 80. 향기롭게

중년으로 사는 연습

중년으로 사는 연습 80

향기롭게


향기가 나지 않는 꽃이

화려한 정물이 되어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처럼


천방지축 무소의 뿔 같은 시기

향기로운 꽃으로 지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향기로운 것은

스스로 짙은 향기를 풍기지 않아도

겨울 끝 아지랑이 따라 피는

앉은뱅이과 꽃들처럼


그믐달 차분한 별빛 사이

수수한 꽃에 내려앉은 나비처럼


향기로운 것은

스스를 위해 향기를 풍기지 않고

세상의 바람을 따라 꽃씨 날리는


이루어지지 않아 소중하고

그리워서 아끼며 닦을 수 있어

세월과는 무관하게 가슴으로 흘러

하나의 이름이 되어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향기롭고 화사하게

맑고 향기롭게...


"90년 초 차 뒷 유리에 '맑고 향기롭게'란 스티커가 한 장씩 붙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후 법정 스님께서 만드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향기롭게' 참 쉬운 말이지만 반백년을 살고 서야 그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향기롭게 살 마음과 의미를 찾아서 시시때때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람의 기억은 망각의 삶을 사는 동물이어서 향기롭게 보이도록 살아가는 연습은 여전히 필요하다. 꿈이란 놈은 참 묘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세상살이와는 무관하게 가끔 사람을 기분 좋게 흥분시켜 평소에 하지 못하던 일을 냉큼 시작하게 한다. 그래서 꿈은 향기롭게 사는 희망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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