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와 같은
사춘기 시절,
부쩍 말 수가 적어진 나.
그때부터였을까
엄마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나의 방에 들어왔다.
엄마는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침대에 누워서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오늘은 무슨 일 없었어?"
"일은 무슨..."
퉁명스럽게 내뱉다가도
이런 일, 저런 일 하나씩 이야기하다 보면
본격적으로 엄마 쪽으로 돌아 앉아 수다꽃을 피웠다.
특이한 선생님 흉내내기,
친구들과 다툰 일 이야기,
학교 성적 고민 등
소소한 일 모두 재잘거리는 나였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공감해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조용히 사춘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엄마 덕이다.
학교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스트레스만 잔뜩 담아왔던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엄마와의 수다로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도 이제 '엄마'가 되었다.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친구 같은 엄마'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 필요도 없다.
나는 딱 나의 엄마만큼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지금도 마음이 적적해질 때면
어느 때든 통화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언제나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엄마가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