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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Oct 23. 2017

이제 떠나야겠다

우연히 발견한 소라껍데기

 그들이 떠나고 나는 이것이 다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몇 일째 시름시름 앓고 있던 나에게 어머니가 다가왔다. 그리고 평소에는 맛보기 어려운 참치 캔 하나를 내밀었다. 말없이 고개를 돌리며 누워버리니 어머니가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둘째야, 이것 좀 먹어봐”     


 "전 괜찮아요. 어머니."     


 “첫째와 막내는 분명 잘 살아나갈 거야.”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죠?”     


 “우리 믿어보자. 어딘 가에서 식구들을 꾸리고 또 잘 살아나가겠지.”     


 “믿을 수가 없어요. 그 둘이 떠나버렸다는 걸.”     


 “엄마는 알 수 있단다. 우리 둘째도 이제 혼자서 살아나갈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야.”     


 “저는 절대 어머니 혼자 두고 떠나지 않을 거예요.”            


 나의 그 말에 어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의 눈에서 얼핏 눈물자국을 본 것 같다. 그렇게 어깨를 토닥여 주던 어머니는 다른 먹을 것이 있는지 찾아보겠다며 길을 나섰다. 그렇게 나는 홀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잔 걸까. 어느새 저녁이 되어 주변이 어둑어둑해져 있다. 눈을 떠보니 곁에는 버틸 수 있는 여러 먹을거리가 놓여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그런데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어머니를 찾았지만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 번도 내가 벗어나 본 일이 없는 동네. 나는 어머니를 찾으러 어머니가 사셨다는 그 시장을 찾아 가볼까 고민한다. 그러나 홀로 문밖을 나선 일이 없는 나로서는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다. 


 터덜터덜 잠자리로 되돌아온 나는 어머니 역시 나의 곁을 떠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혼자 남은 살기 위해 어머니처럼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삶을 시작했다. 어머니에게 의존하던 모든 것들을 혼자 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식구들이 모두 떠나버린 나를 비웃으며 다른 고양이들의 괴롭힘도 시작되었다.      


 그들은 잠자리에 모아둔 먹을거리들을 훔쳐가거나, 자주 향하던 쓰레기장에 일부러 개들을 몰고 오기도 했다. 일상적인 괴롭힘이 반복되며 이제는 식구들과 함께하던 날들도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이것이 어머니가 이야기하던 혼자라는 외로움인 것도 같다.     


 여느 날과 같았던 하루.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파헤치던 중 익숙한 무언가를 하나 발견했다. 손으로 툭툭 건드려 보니, 겉은 매우 단단했지만 속은 비어있는 껍질이었다. 배배 꼬아진 독특한 모양의 이것은……. 어머니가 말하던 그 소라껍데기!이었다.     


 소라껍데기. 아버지가 이것을 좋아했다고 어머니는 말한 적이 있다. 시장에서 소라껍데기를 발견할 때마다 선물이라며 어머니에게 내밀었다고 한다. 가까이 귀를 갖다 대면 파도소리가 들려와 자신이 살던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고도 했다.     


 망설이던 나는 조심스레 소라껍데기에 귀를 갖다 대었다. '철썩철썩' 처음 듣는 소리. 이 소리가 바다의 소리라니.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바다는 어떤 곳일까? 그곳에 가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제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어머니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무모함과 용기, 그리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늘 이야기했다. 이제 어른이 되라고 나에게 이 작은 소라껍데기가 알려주고 있는 건 아닐까?      


 오빠도 막내도 그리고 어머니까지 늘 걱정하고 답답해하던 나였다. 이대로 살다가는 여기서 그냥 이대로 죽을 것이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다. 


 이제 아버지를 찾아 바다로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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