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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Nov 10. 2017

우연처럼 운명처럼

바다에 도착하다

 몰래 트럭에 올라타 박스 사이로 몸을 숨긴 나. 잠시 기다리니 이내 문이 닫히며, 트럭이 출발했다. 어느 곳이든 바다 근처로 트럭이 나를 데려다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기뻐하던 것도 잠시. 트럭의 온도가 점차 내려갔고, 몸이 떨려왔다.     


 아뿔싸! 나는 냉동트럭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굳게 닫힌 문, 정신을 차려 이곳을 다시 둘러보니 박스 안 생선들은 모두 얼어붙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생선들처럼 얼어 죽어버리겠지. 오늘 하루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위기를 맞는구나.     


 시간은 흐르고, 점차 온몸의 감각이 둔해졌다. 하얀 입김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지난날 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어머니와 형제들, 망설이던 나에게 다가와준 애디슨. 길에서 만난 다양한 동물들과 때로는 나를 위협하고 도와주기도 했던 사람들까지.     


 그렇게 정신을 잃어가고 있을 무렵, 갑자기 트럭이 멈추고, 잠시 문이 열렸다. 아직 트럭의 주인은 나를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겨우 기운을 차린 나는 트럭에서 필사적으로 뛰어내렸다. 서둘러 그늘 진 곳에 몸을 숨기고 주변을 살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 여름밤인데도 제법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며, 나는 무작정 불빛이 없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푹신푹신한 모래가 있는 곳까지 접어들자,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쏴아 쏴아’           


 소라껍데기 속에서 들었던 그 파도소리. 멀리서 사람들이 모여 번쩍번쩍 불이 나는 막대기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퍽퍽 소리를 내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흩어지는 하늘의 불꽃들.      

    

 ‘드디어 바다에 도착했다.’          


기뻐하는 일도 잠시, 아직 얼어붙은 붙인 덜덜 떨려왔다. 나는 몸을 모래 속에 파묻어 버렸다. 이윽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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