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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Nov 10. 2017

그리운 아버지 얼굴

이 바다에 아버지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던가

따뜻한 햇살이 얼굴을 파고들어 눈을 떴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하얗게 반짝이는 물결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머니, 아버지 제가 드디어 성공했어요!’


그렇게 백사장 이곳저곳을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정말 잘 왔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실까.      


 이곳에서는 소라껍데기를 만나는 일들도 어렵지 않다. 한참을 달린 나는 멍하니 바위 위에 앉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가 지는 광경도 보게 되었다.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색의 조합들. 이전에는 이런 하늘을 만나본 일이 없다. 그러나 이내 찾아오는 허전함.


 이곳까지 왔는데 왜 이토록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걸까. 이 벅찬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지만 주변을 돌아보아도 아무도 없다.           


 ‘애디슨, 역시 그가 없기 때문일까.’          


 백사장을 벗어나 동네 이곳저곳을 산책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먹을 것을 구하는 일도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끔씩 던져주는 오징어 다리를 주어먹거나, 바다 근처 횟집을 어슬렁 거리며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쫓는 사람도 없고, 괴롭히는 무리들도 없는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주위를 누군가 계속 쫓고 있는 듯 한 계속되고 있었다.           


 “누구시죠? 계속 저를 따라오시는 것 같은데요.”     


 “미안하오. 오해는 마시오. 나는 그냥 내 길을 가고 있었을 뿐이라오.”          


 나를 따라다니는 누군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희끗희끗한 털과 마른 몸짓의 꽤 나이를 먹은듯한 수컷 고양이 한 마리. 백사장을 홀로 달리는 나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뒤로 내가 당신이 다니는 길마다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고 했다.          


 “어르신은 이 바다에서 오래 사셨나요?”     


 “나는 태어나서 이곳을 벗어난 일이 한 번도 없지.”     


 “전 아버지를 만나러 바다에 왔어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고양이는 이내 미소 지었다.           


  “바다를 떠난 고양이는 많지만 다시 바다로 돌아오는 고양이들은 많지 않지.”     


  “왜죠? 저의 아버지는 항상 이 바다를 그리워하신다고 했어요.”     


  “나도 내 자식들을 모두 육지로 떠나보냈소. 그러나 다시는 만날 수가 없었지.”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신 걸까요?”     


  “이렇게 자신을 기억하며 바다로 찾아와 준 자네와 같은 딸이 있다면 죽어도 죽은 것은 아닐 거야.”     


 그랬다. 아버지의 흔적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무모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          


 “저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어요.”     


 “아직 단정 짓기 이르네.”     


 “제 곁에 있던 식구들이 떠났고, 친구를 잃었죠.”     


 “수많은 고양이들은 그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다 죽어버리지. 아니면 나처럼 나이만 먹거나.”     


 “저도 그런 고양이 중 하나였는걸요.”     


 “바다에 오겠다는 꿈을 이루었지 않나. 분명 이전과는 다른 날들이 펼쳐질 게야.”          


 선생의 말은 아직 내게는 어려웠다. 다만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꼭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등 뒤에서는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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