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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Nov 10. 2017

너와 함께라면

이제 후회는 없도록

 눈을 뜨자마자 아직 잠에 빠진 막내를 흔들어 깨워 막내가 말한 고양이를 찾기로 했다. 이른 아침의 어느 대학교 캠퍼스. 언덕을 뛰어올라가는 학생들을 따라 나도 달렸다. 그리고 막내가 이야기한 공원에 이르게 되었다.     

 주위를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는 곳. 이내 실망해버리고 만다.    

       

 “그 형이 당분간은 여기서 지낸다고 했어. 좀 기다려봐 누나.”


 친구들과 한참 장난을 치고 있는 막내를 옆에 두고 학교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전날 비가 내렸는지, 땅은 촉촉했고 나무가 우거진 캠퍼스는 숲 속과 같이 청량한 느낌이었다.      


 애디슨을 처음 만났던 숲 속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그리고 곧 잠에서 덜 깬 고양이들을 앞에 두고 열변을 토하고 있는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네 이게 뭔지 알아?”     


 “그게 뭔데?”     


 “바로 소라껍데기이라고 하는 거지. 굉장히 평범해 보이지? 그런데 귀를 갖다 대면 아주 신기한 소리가 들려. 바로 바다의 파도소리라고.”          


 어쩐지 익숙한 대화, 처음 내가 애디슨을 만났을 때 해준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어처구니없어하던 애디슨의 표정이 떠오르기도 했다.          


 “저기, 너!”     


 “넌 누구지?”     


 “나는 민들레라고 해. 떠돌이로 사는 나에게 아주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누군가 지어주었지.”     


 “그래? 그거 멋진 이름이구나.”     


 "넌 이름이 뭐니?"     


 "나에게는 이름이 없어. 다만 다른 고양이들은 나를 ‘너‘라고 부르지."          


  웃음이 나 깔깔거리는 나. 그가 틀림없다.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바다에 같이 갈 친구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어쩐지 너를 예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느낌은 뭘까?”          


 어리둥절한 얼굴. 그의 이마에서 빛나는 그 흉터를 발견한 순간. 더 이상 내가 망설일 이유는 없다. ‘결심했잖아,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애디슨과 바다에 가기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함께 바다로 떠나자!”          


 잠시 망설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바다로 떠나는 길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제 더 이상 어머니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소심한 고양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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