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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Nov 10. 2017

다시 돌아온 주택가

너무도 생생했던 하룻밤의 꿈

“둘째야 일어나.”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그리워하던 어머니의 목소리. 꿈을 꾸는 것일까. 조심스럽게 눈을 뜨니, 내가 살았던 그곳이다. 쾨쾨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그 계단 밑!      


 맙소사. 모든 것은 꿈이었다.           


 “어머니! ”


 “왜 무슨 악몽이라도 꾸었니?”     


 “오빠랑 막내는요?”     


 “글쎄, 또 어디 근처 공원에 가서 늘어지게 낮잠이라도 자고 있지 않겠니?”     


 “말도 안 돼. 이건.”          


 이토록 생생한 꿈이라니. 어머니가 가져다주는 먹을 것도 마다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 하루, 나는 꿈속에서의 일들을 잊을까 두려웠다. 그리고 한 장면 한 장면 꿈속에서 내게 일어났던 일들을 되새겼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다시 의미 없이 흘러가는 똑같은 생활패턴의 반복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쫓기는 신세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생하는 어머니를 도와 쓰레기를 뒤지는 일이었다.      


 저녁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날 때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었다. 나도 모르게 꿈속에서와 같이 어머니, 오빠와 막내가 내 곁을 떠날까 두려웠다. ‘어딜가!’냐며 귀찮게 굴며 어리둥절해하는 가족들의 잠을 깨우기 일쑤였다.      

 나는 오빠와 막내를 따라 낯선 곳으로 산책도 시작했다. 어머니 뒤만 졸졸 따라다네가 달라졌다며 모두가 기뻐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내가 움직이는 이유는 오직 그것을 찾기 위함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일까. 한참 쓰레기를 뒤지던 나는 왜인지 이 장면을 꿈에서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그 소라껍데기를 다시 발견한다.           


 “어머니! 아버지의 소라껍데기이에요!!’     


 “아니, 내가 아버지가 소라껍데기를 좋아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었나. 그래, 네 아버지가 그 소라껍데기를 좋아했지. 자기처럼 바다에서 왔다고.”          

 

어리둥절한 어머니의 표정을 뒤로하고, 나는 환호하며 소라껍데기를 끌어안았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소라껍데기를 정성껏 핥고 있는 소리에 잠을 설친 막내가 눈을 떴다.          


 “음. 누나? 뭐 하고 있어?’      


 “막내야, 이 소라껍데기에 귀를 갖다 대면 바다의 소리가 들린데.”     


 “정말이야? 얼마 전에 만난 형도 그런 이야기를 하던데.”     


 “누구? 어떤 형?”     


 “얼마 전에 만난 형인데. 정말 특이했어.”          


 신나게 떠드는 막내의 마지막 말에 가슴이 덜컹했다.          


 “바다로 곧 떠날 건데 같이 갈 친구를 찾고 있는 것 같았어.”     


 그토록 찾았던 바로 그. 애디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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