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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Nov 10. 2017

도시와는 다른 이곳

따스함이 전해져온다

행방을 알 수 없는 애디슨. 그가 미웠다. 


 길을 떠나오며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내가 향하고 있는 바다, 그리고 떠나버린 애디슨.      


 힘들어하던 나를 조금만 더 배려해줄 수 있지 않았나? 혹시나 어딘가에서 사고를 당하지는 않았을까? 아니다. 함께 바다로 떠나기로 약속했는데, 편안함에 안주하려고 했던 나에게 실망했겠지.      


 시간이 흐를수록 애디슨의 빈자리는 커졌다. 혼자 먹을 것을 구하고 낯선 길 중에 나아가야만 했다. 점차 애디슨에 대한 미움은 걱정으로 걱정은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바뀌었다.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애디슨이 말하는 대로 가자는 대로 따를 것이다.’ 그렇게 결심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려왔는지 모른다. 줄지어 높은 속도로 달리는 차들뿐인 곳을 벗어나니, 제법 사람이 있는 곳으로 진입한 것 같다. 그간 보아온 도시의 화려한 건물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푸른 논과 밭, 그 위를 분주히 날아가는 새들. 일렬로 줄지어 서있는 단층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골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읍내’라고 부른다. 거리는 한산했고, 이곳의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과는 달리 넉넉한 여유가 있는 듯했다.      


 연신 부채질을 하며 가게 앞 평상에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 막걸리를 마시며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바둑을 두고 있는 사람들. 나를 보며 이리 오라는 손짓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주기도 한다.      


 이곳 고양이들 역시 길가 여기저기서 잠이 드는 등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는 일없이 태평한 모습이다. 조금 더 길을 나서자 시끌벅적한 장터가 나타났다. 5일 만에 한 번씩 이곳에는 제법 큰 규모라는 장이 열리는 모양이다.     

 갓 튀겨져 나온 꽈배기와 크로켓의 구수한 기름 냄새, 푸릇푸릇한 과일과 각종 먹거리 냄새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시장한 한편에서는 노랗고 작은 병 아들이 짹짹거리고 있었다. 처음 본 커다란 닭, 눈도 뜨지 못하는 새끼 강아지, 우리에 갇혀 뜨거운 콧김을 뿜어대는 소들의 모습까지 내게는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장터에서 주린 배를 채우며 여유를 찾았다. 그동안 팍팍한 도심 속 주택가만이 삶의 전부라 생각해왔던 나였다. 나를 돌보아 주는 손길이 있던 보호소에서 머물렀다면 평생 이런 곳이 세상에 존재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길을 떠나온 자신이 자랑스러워졌다.          


 “자, 이제 어느 정도 쉬었는데 다시 길을 떠나야겠지. “          

 

 짧은 휴식을 마친 뒤, 장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떨이 처리를 하고 있는 한 생선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옆으로 뒷문이 열린 채로 주차된 트럭 한 대를 발견했다. 이제껏 내가 쫓아온 생선 트럭과는 다른 생김새였지만 문틈 사이로 박스에 담긴 생선들을 볼 수 있었다.           


 "생선 트럭이다!"     


 트럭 뒤로 사람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바쁘네, 장 사장. 오늘은 어디가 마지막인가?"


"오늘은 이제 여기가 끝이지. 오늘은 오랜만에 어머님 댁에서 저녁이나 할까 해."


"어머니? 건강하게 잘 계시지?"


"그럼, 오랜만에 오늘은 어머니가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밥상에 한 끼 먹을 수 있겠구먼."


"부럽소. 나도 언제 한 번 초대해 주오."


 '바다' 아마도 저 트럭 주인의 어머니는 바다 근처에 사는 것 같다. 그간 에디슨과 이 생선 트럭을 찾아 얼마나 헤매어 왔었던가. 이 트럭에 올라타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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