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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Nov 10. 2017

행복해지기를 바라나요

기회를 잡으세요. 행복해질 그 기회를

 다음날 눈을 뜨니 늘 머물던 자리에서 애디슨이 보이지 않았다. 보호소 어느 곳에서도 애디슨을 만날 수 없었다. 아마 그는 이곳을 떠난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먹고, 자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나는 점점 평범한 고양이가 되어갔다. 나를 떠난 형과 막내, 어머니, 그리고 애디슨. 나는 또 혼자가 되었다.     


 평화로운 보호소의 하루. 최근 나를 예뻐해 주는 한 자원봉사자가 오랜 여름휴가를 보낸 뒤,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익숙한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바다 그림이 그려진.          


 “휴가는 좋았어? 얼굴이 다 좋아졌다.”          


 사람들이 던지는 말에 그는 바다에서 사 온 여러 음식들을 풀어놓았다. 꼬릿 꼬릿 한 냄새가 나는 오징어와 쥐포들을 나에게도 건네는 그 얼굴은 다른 이들의 말대로 행복 그 자체였다.     


 나를 품에 앉은 그에게서 어쩐지 바다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바다에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어. 아, 또 가고 싶다.”          


 농담처럼 뱉은 그의 말에 애디슨이 생각나 움찔하는 나. 그날부터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애디슨의 말이 결국 맞았어. 대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실까. 이렇게 이 보호소에서 영원히 살 수 없어. 나는 정말 바보였다.     

 반디와 철수는 말을 잃어가는 나의 상태를 눈치챘다. 그리고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면 망설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말에 나는 용기를 냈다.          


 "어머니를 비롯한 식구들은 왜 나를 떠났던 걸까?"     


 "떠난 것이 아니야, 민들레 너에게 기회를 준 거지."     


 "기회?"     


 "그래, 만약 식구들이 계속 내 곁에서 널 돌보아주었다면 너는 여기까지 올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나 같은 길냥이가 바다로 떠난 다는 결심을 한건 너무나 허무맹랑한 자신감이었어."     


 "넌 할 수 있어. 넌 특별하니까. “


“우리는 생각도 못한 일인걸. 실패하더라도 한번 끝까지 가봐."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주는 친구들. 나는 보호소 동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곁을 떠나기로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를 살리고 보살펴준 자원봉사자들. 다가가 고개를 들이밀고 애교도 부려보았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할 시간이다.     


 보호소 담장만 넘으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고 애디슨이 늘 말했었다. 담장 가까이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높고 삼엄한 벽만 상상해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내가 넘어야 할 담은 의외로 너무나 낮고 허술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다시 펼쳐진 길. 그 앞에서 주저하기를 반복하다가 끝내 나는 선을 넘었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일은 없겠지. 다시 나의 길을 가야 해.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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