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잃을 것 같은 예감
길을 떠나는 일이 지체되고 있다.
덫에 의해 입은 상처가 곪아 가며 통증도 점차 심해졌다. 애디슨의 도움을 거절하고 그와의 대화를 나누는 일도 피했다. 나는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애디슨은 행여 내가 잘못될까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의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이었다.
“이것 봐, 여기 고양이가 거의 죽어가고 있어.”
OO 동물 보호소 조끼를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탈진 직전의 나의 상태를 파악하며, 분주히 사진을 찍는 모습. 기운이 빠진 나는 이들의 손길을 피할 겨를도 없이 이들이 가져온 케이지에 옮겨졌다.
'애디슨은 어디 있지?'
멀리서 나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애디슨이 결심한 듯 내 곁으로 달려왔다.
“어머, 이 고양이도 같이 다친 모양이야.”
나에게 드러내 보이지 않았지만 애디슨 역시 나를 구하느라 많이 다친 모양이었다. 케이지 창살 사이로 애디슨의 피맺힌 상처들이 보였다. 치료와 도움이 필요하다 판단한 사람들에 의해 우리는 함께 보호소로 옮겨졌다.
다행히 애디슨은 나와 분리되지 않고 한 공간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이 최우선시되었다. 사람들은 나의 입을 조심스럽게 벌려 주사기를 통해 끊임없이 우유를 넣어주었다.
그동안 늘 우리를 괴롭히던 사람들의 모습과 이들은 달랐다. 늘 정성으로 나를 돌보았고, 자고 있는 나의 모습을 살뜰히 살펴 주었다. 애디슨 역시 씩씩하게 치료를 받으며 나아지는 나의 모습에 안도했다.
이내 나는 스스로 사료를 먹을 수 있을 만큼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그제야 보호소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보호소는 숲이 우거진 곳에 넓은 운동장을 운동장과 동물들이 쉴 수 있는 실내 공간과 쉼터로 구성되어 있다.
곳곳에서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OO 동물 보호소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다친 동물들을 수습해오거나, 장애가 있는 동물, 눈도 뜨지 못하는 새끼들 등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구조하여 치료하고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아 잔뜩 움츠린 동물들도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내 이 곳 사람들의 정성으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친구들도 많이 보였다. 이곳의 울타리 속에서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강아지를 잃어버렸는데, 이곳을 한번 둘러봐도 될까요?”
가끔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기 위해 보호소를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사진 한 장을 들고, 애타게 그들의 친구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보호소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모습은 낯설었다.
결국 그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친구는 여기 없는 모양인지 안타까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안타깝게도 보호소에서 다시 주인을 만나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보호소 사람들은 하루하루 보호소에 들어온 동물들의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그렇게 사진을 본 주인들이 반려동물을 찾아 거거나,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물들은 다시 사람에게로 입양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에게도 제법 친해진 무리들이 생겼다. 막내를 꼭 닮은 주인을 잃었다는 어린 고양이 ‘반디’. 덩치는 크지만 의외로 소심해 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던 강아지 ‘철수’ 그들과 어울리게 되자, 애디슨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민들레, 너 여기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
“우리가 하려던 일을 잊은 거야?”
“어떤 일을 말하는 거야?”
“바다로 가야지. 너의 아버지도 만나야 하고.”
“그래, 네 말대로 나는 여기가 좋아.”
다시 바다로 떠나야지!’ 나를 마주할 때마다 애디슨은 나를 달래려 노력했다. 노력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있고, 누구에게 쫓기지도 상처입지도 않고, 편안한 잠자리도 이렇게 있는 이 곳을 어떻게 떠나란 말인가.
“제발 정신 차려. 너는 이곳에서 평생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애디슨은 무언가 결심한 듯 처음 보는 얼굴로 내게 화를 내었다.
“너의 이야기, 어쩌면 바다로 가겠다는 그 황당한 이야기를 듣고도 너와 함께하던 이유를 알아?”
“.....”
“너의 눈빛 때문이야. 너무나 순수하고 간절했던 그 눈빛. 이전의 나는 그런 눈을 본 적이 없어. 나에게 바다를
가르쳐 준 사람이 누구였지?”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나의 몸은 부들부들 떨려왔다.
“너는 내 생각과 달랐어. 너도 그저 평범하고 소심한 길냥이이었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이 내가 본 애디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