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여행기 03 : 여행의 준비
집을 정리하고 여행 짐을 챙겼다. 이탈리아로 떠나는 아시아나 비행기 일정은 금요일 11시였기에 여유가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와이프와 가볍게 인사를 했다.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잘 다녀와.”
무심한듯 인사를 하며 출근하는 와이프를 배웅하고 캐리어와 백팩을 챙겨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신혼이었지만 친구들과의 시칠리아 여행을 흔쾌히 허락해준 와이프에게 고마웠다.
여행에 대해 조심스러운 묻는 나의 물음에 와이프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럼, 다녀와야지. 1년 동안 고생했어. 가서 스트레스 풀고 좋은 것들 많이 보고 배우고와.”
와이프를 혼자 집에 두고 그것도 모자라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다고 하는 남편에게 서운할 수 있지만 서운함을 조금도 티 내지 않고 허락해준 와이프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여행을 함께하기로 한 2명의 친구들과는 대학생 때부터 여행을 함께 다녔었다. 유럽, 홍콩, 태국, 쿠바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여행도 잘 맞는 사람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여행은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도 많이들 싸운다고 한다. 하지만 우린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잘 맞는 친구들이었다.
쿠바에 다녀온 지 2년이 지난 시점에 우린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특히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 우리의 목표였다. 첫 번째 후보지는 몇 년 전에 우연히 참석하게 된 강연에서 알게 된 산티아고였고, 두 번째 후보지는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에 대해서 아는 것은 딱히 없었다. 영화 '대부'의 촬영지이고 올리브가 많이 나는 곳이며 마피아가 많은 곳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시칠리아를 선택했다. 인터넷에 시칠리아에 대한 정보도 많이 없고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여행지가 결정되고 1월 휴가에 맞춰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베네치아행 아시아나 비행기가 저렴한 가격으로 나와있어 바로 구매했다. B친구는 일정이 있어 1주 후에 시칠리아 카타니아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시칠리아로의 직항이 없어 베네치아를 경유할 생각이었다.
내가 여행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친구들과의 여행도 없었을 것이다. 친구들은 내 의견을 잘 들어주었고 동참해주었다. 혼자 여행을 가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하면 즐겁기 때문에 항상 내가 먼저 친구들에게 여행 가는 것을 제안했다.
거창한 여행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보통 여행 계획은 내가 짜곤 했다. 친구들과 목적지와 일정을 정하고 나면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다. 매일 항공권을 검색해서 저렴한 항공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저렴한 항공권이 나오면 바로 결제하고 친구들에게 돈을 받는다.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고 숙소를 예약한다. 숙소는 첫날 이틀 정도 묵을 숙소만 예약한다. 그리고 이동 동선을 대충 짜는 게 여행 계획의 전부이다.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여행지를 선택하고 일정을 정하는 일이었다. 장소와 일정만 정해지면 티켓을 구매했고, 그걸로 계획의 대부분이 끝이 났다. 이로써 여행의 준비 90%는 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의 해야 할 일들, 숙소를 예약한다던지 여행 일정을 짠다던지 맛집을 알아본다던지의 세세한 일들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에는 직접 기차역에 가서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티켓을 구매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숙소를 잡아야 했다. 여행 정보는 숙소 주인이나 여행객들에게 물어 수집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세상이 되었다. 작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모두 가능한 세상이다. 스마트폰으로 기차를 예약하고, 평점이 좋은 숙소와 맛집을 찾으며, 지도를 보고 빠르고 정확한 길로 찾아갈 수 있다.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아 두려움이 앞서 처음부터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 완벽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행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먼저,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다. 다음으로, 이동 동선을 짜서 기차 티켓을 구매하고 숙소를 예약한다. 도시별로 관광지를 찾고 맛집을 찾는다. 위의 계획에 필요한 예산을 짠다. 완벽한 계획이란 있을 수 없다. 또 여행지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계획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여행을 가고자 마음먹었다면 영화, 책, 잡지 등을 통해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보자.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면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자. 그 후로는 자연스럽게 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여행지에 대해 알아보며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수정해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두려움은 줄어들 것이고 계획은 점차 견고해질 것이다. 또 여행을 떠나는 그 날까지 여행을 준비하며 설렘을 갖고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모든 여행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