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바뀐다는 기적
흙수저, 빨대족, N포세대, 홧김에 독립, 100엔 숍 알바생, 모태솔로. 최저시급으로 한달을 벌어, 한달을 살고. 찌든 삶을 꾸려나가기 바쁜 청춘의 모습을 본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니.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건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했을 때나 가능하다. 일하고, 관계하는 사람들이 전부 궁상맞고 찌질해보이는 루저처럼 보인다면, 그 인생 불행할수밖에.
주인공 이치코의 모습이 딱 그렇다. 이 여자는 아예 여성성조차 버렸으며, 목숨을 부지하며 호흡하는 단백질 그 자체다. 몽유병처럼 부유하는 삶. 술에 물 탄듯. 물에 술탄듯.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인생을 겨우 견뎌나간다.
인생에 최악이 있으면, 이런 상황일까.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남친은 바람나서 도망가고, 같이 알바하는 변태 아저씨에게 성폭행까지 당한다. 어디에도 호소할 곳 하나 없고, 친구조차 없는 인생. 젊은이들이 요원하는 문화생활도 빠이빠이다. 휴게시간에 뻑뻑 피워대는 줄담배만이 그녀의 유일한 위안.
이 사람이 변화해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간다는 상상은 하기 힘들다. 본인부터 주변인까지 만류하게 된다.
"너가 그래서 되겠냐?"
최초에 물어오는 질문들. 의심들.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한 불신과 불안.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결론은 분명하다. 해봐야 안된다는 것. 해보니 뭐 좋을 것도 없더라.
하지만, 그녀가 기대고 원했던 복싱이란, 복싱 이후에 프로가 되어서 돈을 벌고 직업으로 삼겠다는 계산이 서지 않았던 것이었고. 유일하게 흥미를 가지는 것, 나이와 조건을 넘어서 순수하게 원했던 마음 속 욕망이었다. 꼭 잘될거란 보장이 없지만. 그걸 해야 효율적이고 계산이 서는 일은 아니지만.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니건만 굳이, 토나오는 훈련을 하는 이유는.
'그렇지만 나는 하고 싶어'
이치코의 개과천선은 여기서 시작한다. 100엔짜리 인생이 위대한 생명력을 가진 삶의 이야기로 변모하는 순간이다.인생 노답의 그녀는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루저다. 극적인 성공스토리는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엉엉 우는 이치코에게서. 엄마의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아이의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오히려 그렇기에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은 100엔의 이치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