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이 Sep 06. 2016

Intro. 워킹 홀리데이 in 서울

지방인에게 서울은 먼나라 이웃나라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다 즐겁고 행복한데, 나만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렇게 느껴져 현실을 돌아보면 우울한 기분이 잔뜩 몰려온다. 남들은 이 나이에 취업 9종 세트를 갖췄다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게 없다. 학벌이며 직업이며 애인이며. 오히려 이를 빌미삼아 마음이 편해졌다.


 잃을게 없다니. 정말 좋은 말이다. 그렇다고 남은 인생이 재수없으면 100살도 넘게 산다는데. 손가락만 빨고 시대를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도 그럴것이, 남들은 노오력하다가 포기하는 동안, 나는 미리 놀아버렸다


 다들 간다는 워킹 홀리데이를 서울에서 해보고 있다. 꼭 해외에 가지 않더라도 이 땅에서 어떻게든 의미있고 짜릿한 나날이 펼쳐질 수 있어야 하기에. 안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행복을 찾을까. 글을 쓰면서 고민해보기로 했다. 독자 여러분이 기대하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지진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감정적인 에너지를얻어가실 수 있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


나는 순천에서 왔다. 순천은 지하철이 없다. 서울 시민들은 지방을 미개한 오지 정도로 생각하던데. 그 정도는 아니다. 이마트도 있고 백화점도 있다. 극장, 볼링장, 당구장, 보드게임 까페. 하여튼 없는건 없이 다 있다. 문화시설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정원처럼 잘 꾸며진 곳이라. 들어가자마자 여유로운 기분이 든다. 


서울에 올라왔을 때의 첫느낌. 잊을 수가 없다. 서울은 한국이란 나라 안에 또다른 도시국가이다. 아예 외국이라고 볼 수 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교대역까지 가는 두 정거장 동안. 정신착란을 일으킬 뻔했다. 수많은 인간들이 내뱉는 혼탁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장엄한 건물들. 입을 떼지 못하게 만들만큼 거대한 한강 넓은 차도 표정없는 도시인들. 어깨를 부딪혔는데 좀비처럼 지나치는 아저씨까지. 


 시골쥐에겐 서울땅이 무섭기만 했거늘. 어느새 나도 일부분이 되어간다. 서울 워킹 홀리데이 덕분이다. 이젠 이 땅에서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만 한다. 


다음 편 계속..

작가의 이전글 자각몽의 환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