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식재료들이 있다.
우리의 것은 대부분 중국에 있으나, 중국의 것은 우리에게 그렇지 않다. 땅이 넓어 기후가 다양하니 자연스런 이치다. 지에란(芥兰)은 중국의 화남(华南)지역이 주산지다. 광동(广东), 광시(广西)성의 산물이다.
생김새부터가 낯선 건 제법 두툼한 줄기 탓이다. 손가락 굵기의 대는 길지 않다. 윗대는 줄기가 나뉘며 가늘어져 잎이 붙는다.
더 낯선 건 식감인데, 익혔음에도 단단하여, 아삭함이 살아있다. 잎이야 열기에 자연히 늘어져 상상하듯 부드러우나 줄기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곧아보이는 모습는 그 속이 옹골참을 당당히 대변한다. 베어물면 당근처럼 아삭한데, 쪼개진 조각이 흩어지지 않는다. 소리도 경쾌하여 톡톡 부러지는 식감은 다른 야채에선 찾기 힘들다. 야채의 수분이 결정하는 식감일텐데, 삶아 풀어지는 무나 고구마와 달리 수분 함량이 적은 지에란의 특질이다.
지에란은 식감으로 먹는다. 본연의 향과 맛은 강하지 않고 약간의 씁쓸한 뒷맛만 남는다. 굴소스와도 간장소스와도 무난히 어울린다. 담백함을 강조한 조리법과 맞는다. 바이줘(白灼)는 원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으려, 데치듯 삶아내는 조리법이다.
단단한 식감과 약간의 쓴맛은 통상의 야채와 다르다. 샐러드의 푸릇한 채소가 아니라면 조리된 야채들은 보통, 더해질 양념에 맛의 자리를 내어준다. 주(主)와 객(客)이 있다면 객의 자리가 더 어울리는 것이 다수의 야채다. 지에란은 튄다. 객이 아니라 주다. 다른 것과 어울리지 못하니 지에란만으로 요리를 하고, 그 기세를 꺾기 힘드니 양념과 조리과정도 최소화한다. 줄기의 단단함이 야채의 성격처럼 고지식하다.
유사한 야채로 차이신(菜心)이 있다. 엄연히 다른 종이나 생김도 식감도 닮아 배다른 형제와 같다. 지에란 보다 식감은 살짝 연하고 쓴맛이 없다. 착한 동생의 인상이다. 차이신은 중국 중남부 전역에서 자란다. 산지의 범위도 특질과 비례하는지, 지에란은 좁고 차이신은 넓다. 깊으면 좁고, 넓으면 얕아지는 이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