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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Sep 18. 2024

[食] 小笼包_샤롱바오


만두 피 속에 탕(汤)이라니, 그 독특함만으로 명성은 천하에 뻗쳤다. 샤롱바오(小笼包)다. 


롱(笼)은 동그란 죽통을 말하는데, 그 안에 쪄내는 음식이야 바오즈(包子), 만두류부터 옥수수, 고구마 등의 야채까지 다양하다. 롱은 단위로도 쓰이니 하나의 롱은 그 만큼의 양을 말하고 보통의 샤롱바오(小笼包) 1롱은 10개의 양이다.


샤롱바오는 이름만으론 롱에 담긴 바오즈(包子, 소를 넣어 쪄낸 만두, 빵류)를 말하니, 결국 롱으로 쪄내는 바오즈의 대표격 이름이 붙었다. 같은 롱에서 쪄낸 다른 바오즈는 '롱'을 '롱'이라 부르지 못하게 된 처지다. 


샤롱바오는 북송(北宋)시대 카이펑(开封)의 관탕바오(灌汤包)에서 기인한다. 관탕바오는 글자 그대로, 탕(汤)이 들어있는(灌) 바오(包)를 말한다. 이후 청대(清代) 창저우(常州)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샤롱바오가 완성되었다 전하는데, 그 시간의 간극만큼 두 개의 바오도 차이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만두 피 속 탕의 비밀은 피동(皮冻)이다. 돼지껍질을 녹여 굳힌것으로 높은 온도에선 녹고, 상온에선 굳는다. 만두를 빚으며 피동을 넣어 쪄내니, 고온에 녹은 피동은 탕이 되어 피 안에서 출렁인다. 돼지고기를 비롯한 만두소의 향까지 더해지니 탕의 맛은 단순히 피동의 것이 아니다. 터지지 않게 쪄내는 것도, 잘 터뜨려 탕을 마시는 것도 기술이고 요령이다. 


갓 쪄낸 샤롱바오를 조심히 들어 숫가락에 올린다. 행여 서툰 젓가락질에, 그 무게에 터질까 애가 탄다. 숫가락 위 샤롱바오를 젓가락으로 살짝 터뜨리면 가득한 탕, 국물이 흘러나온다. 옅은 갈색의 탕은 돼지고기 특유의 향을 듬뿍 담아 입에 흘려 넣으면 진득한 고소함이 가득하다. 이어 잘게 썬 생강을 얹어 초에 찍어 먹는데, 얇은 피와 소가 주는 부드러운 식감도 부족함이 없다. 살짝 식은 샤롱바오는 한번에 입에 넣는 것도 방법인데, 입안에서 터지는 탕과 함께 전체를 온전히 즐김도 만족스럽다. 행여 뜨거울까 조심할 긴장감은 덤이니, 음식 하나가 오감을 자극한다.       


저장성(浙江省)일대를 중심으로 한 강남 지역의 음식이다. 창저우(常州), 우시(无锡), 수저우(苏州), 상하이(上海), 난징(南京), 항저우(杭州) 등 각 도시명을 앞에 붙여 특색을 자랑하나,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홍콩의 대배우, 이소룡은 리샤오롱(李小龙)으로 발음하는데, 샤롱바오(小笼包)와 '샤롱' 두 글자가 겹친다. 롱의 글자는 다르나 발음이 같은 탓에 이소룡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라는 소문이 돌았다(아마 만들었을거라 추측한다). 몇몇 서양의 지역에선 'Bruce Lee's Dumpling'으로 소개되었다 하니, 장삿 속 빼꼼한 중국인의 상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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