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볶은 야채요리는 늘 환영이다.
거창하지 않고 투박하며 저렴하고 평범하지만, 소박하고 일상적이며 수더분하여 편안하다.
야채 볶음은 그대로 야채의 이름에 따라 명명한다. 가지볶음, 오이볶음, 양배추볶음 식이다. 특별한 볶음의 비결도 독특한 재료도 없으니 부르는대로 불린다. 반대로 거창한 이름의 몫은 늘 고기와 해산물이다. 장식어가 추가되고 의미를 내포하는 이름들의 요리는 그 이름처럼 거하고 화려해서 위세가 대단하다. 맛의 포인트도 분명해서 첫 맛은 감격스럽고 반복해 먹기엔 부담이 간다.
샤오차오(小炒)는 손쉬운 볶음을 말하지만, 가정식 요리, 특히 야채 볶음에 많이 붙는다. 볶음(炒)에 '小'가 붙어 괜히 겸손해 보임은 야채 본연의 품성과 같다.
콜리플라워(花菜) 붂음이다. 생김새가 꽃을 닮아선지 '花'가 붙었다.
콜리플라워를 돼지고기와 마늘, 고추와 파와 함께 볶았다. 간장만으로 간을 하여 양념이 주제넘게 덤비지 않는다. 콜리플라워는 아삭한데, 거칠지 않다. 물에 살짝 데쳐내어 볶아냈다. 줄기와 잎의 식감이 각각이라 나누어 베어먹으면 재미가 더한다. 잎은 기분좋게 혀를 덮고 괜한 풍성함이 알갱이로 흩어지며 사라진다. 줄기는 오독하여 식감이 살아있고 속은 촉촉히 알맞게 익었다. 썰어낸 모양도 작은 나무 내지 꽃과 같으니, 생김도 식감도 좋은 야채다. 주요리나 주식과 함께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볶음은 기름이 바탕인데 야채 볶음은 여전히 청량하다. 본연이 청량한 야채는 숨이 죽어 늘어져도, 다른 양념, 기름에 부딪혀도 본성을 잃지 않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없으면 티가 나는 재료다. 개성이 강한 요리 옆에서 맛을 순화하고 위장을 달랜다. 쉬어가는 음식이면서 식욕을 다시 돋군다. 잘 볶은 야채는 그래서 꼭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음식이 평범해 일상적임은 질리지 않아 편안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