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农家)라는 말에는 과거가 있다.
고향, 어머니와 같은 따뜻함이 있고, 시골의 자연이 주는 깨끗함이 있고, 거친 손질과 넉넉한 양이 드러내는 인정이 있다. 그 모두는 도시로 옮겨온 사람들에겐 과거의 일이어서 추억이 되었다. 주말 대도시의 주변엔 그 추억을 파는 식당들이 모여있다. '농가'를 앞에 단 간판명은 나들이객이 기대하는 넉넉한 인심과 투박한 재료, 조리법으로 과거를 판다.
닭은 시골의 상징인지, 교외 식당들의 대장격 재료다. 암탉은 알을 나아야할테니 만만한 수탉(公鸡)을 잡는다. 커다란 무쇠솥에 닭과 채소, 약재를 넣어 조려냈다(炖). 시커먼 솥을 테이블로 옮겨와서도 계속 끓인다. 양념은 졸아들며 닭에, 감자에, 야채에 스민다. 우리의 닭볶음탕과 유사하다. 간장 베이스의 육수는 진득하여 무게감이 느껴진다. 정제되어 진하기 보다 투박한듯 구수한데, 몇 그램의 수치가 아닌 할머니가 '적당히' 양념을 넣어 풀어낸 느낌이다.
방사한 시골의 닭은 질긴 듯 쫄깃하다. 먹히기 위해 갇혀 자란 닭이 아니니 근육의 위치도 양도 익숙치 않다. 탄탄한 수탉의 질감이 긴 시간 국물에 조려냄에도 풀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감자는 양념이 고스란히 베어 풀어질 듯 쪼개진다. 입안에서 뜨끈하게 뭉개지는 식감이 좋다.
독특한 건 또우지아오(豆角)다. 건성건성 자르지도 않은 또우지아오를 그대로 던져 넣어 같이 조려냈는데, 길게 늘어진 하나하나를 건져 먹는 맛이 일품이다. 또우지아오 특유의 잘근한 식감은 여전하고, 양념이 껍질에 살짝만 베어있어 본래의 고소함이 다치지 않았다. 투박한 날 것의 모습만으로 '농가'를 말한다. 닭과 감자만으로 지루했을 식감에 재미를 더했다. 계산을 해 조리한 요리가 아닌, 경험으로 만든 음식임을 기다란 또우지아오 하나가 웅변한다.
커다란 솥, 벽에 옥수수 반죽을 붙여 전병을 구워준다. 3개를 시켜도 4개를 붙여주니, 농가를 표방하는 식당의 인심을 대변한다. 노오란 옥수수 외 다른 것은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니, 그 맛이야 상상하는 그대로다. 까끌거릴 식감과 구수한 맛은 그대로 따뜻하고 투박할 시골의 넉넉함이다.